농담이 현실화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를 패러디한 웹시리즈 '떡국열차'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시작됐다. 당시 게스트로 출연한 봉만대 감독에게 MC 김구라는 같은 봉씨인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봉만대 감독은 "명성을 얻으려면 패러디를 해야한다"며 "떡을 썰어가면서, 뒤칸에서는 배고파서 아우성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웃자고 한 이야기였지만, 2년이 지나 '떡국열차'는 실현됐다. 최초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제안한 아이템이었다.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본 대중들은 이 소식에 기뻐했다.

줄거리는 '설국열차'의 기본 얼개를 따라간다. 인류의 마지막 열차에서 진정한 의미의 '떡'을 찾아 꼬리칸에서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설국열차'에서 자유를 찾아 전진했다. 크로놀 대신 떡으로 소재를 비틀었다. '19금 정서'가 가득하지만 베드신은 없다.
봉만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구라 박휘순 윤형빈 이영진 등이 출연한다. 김구라가 '설국열차'에서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주인공 커티스 역을 '커져쓰'라는 이름으로 연기한다. 1회당 5분 분량의 총 12부작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지난달 촬영을 마친 상태다.
물론 장난처럼 시작해 실제로 이뤄진 프로젝트가 처음은 아니다. 영화 '577프로젝트'(2013)나 '무한도전-알래스카 편'이 있다. '577프로젝트'는 배우 하정우가 기획, 출연한 작품이다. 2011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전년도 수상자이자 시상자로 나온 하정우가 "올해도 상을 받으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길에 오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가 상을 받으면서 기획됐다.
2010년 방송된 '무한도전-알래스카' 편도 비슷하다. 시작은 유재석의 능청스러운 말 한마디였다. '식객특집'에서 자신이 만든 칼국수를 맛보며 "알래스카에 사는 김상덕 씨가 맛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장난스러운 설명을 덧붙였는데, 이 말 한마디에 멤버들은 진짜 알래스카를 방문해 김상덕씨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떡국열차'는 유쾌한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록 웹시리즈이지만, 2002년 개봉한 영화 '재밌는 영화' 이후 맥이 끊긴 국내 패러디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 '무서운 영화' 시리즈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패러디한 영화 '뱀파이어 석'(2010) 등 할리우드에선 패리디 영화가 코미디의 한 장르로 사랑 받고 있다. 재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떡국열차'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기도 하다.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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