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다. 그만큼 실망도 컸다. 1군 진입이라는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땀으로 현실의 벽을 허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SK 외야의 기대주인 윤중환(25)이 조용하지만 힘찬 2015년 출발을 알리고 있다.
SK는 2015년 1군 주전이 되기 위한 야수 경쟁이 거의 전쟁 수준이다. 외야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 앤드류 브라운의 합류로 주전을 향한 전쟁의 판도가 만들어졌다. 1군에서만 7명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구도다. 하지만 2군에도 주목할 만한 자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윤중환이다. 갈고 다듬으면 1군에 올라가는 첫 번째 외야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2009년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한 윤중환은 경찰청 시절을 거치며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주에서 균형이 잘 잡힌 선수로 평가받는다. 스스로도 많은 경기에 나서며 자신감을 만들었다. 하지만 제대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는 1군에 올라가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67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26타점, 11도루의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1군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었다.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았다. 윤중환도 “마음고생이 좀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윤중환은 “군에 다녀와서 첫 시즌이었다. 스스로 기대도 많이 했다. 잘해서 1군에 올라가자는 목표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올라가지 못했다. 좌절감도 들었고 마음고생도 했다”고 털어놨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더라. 현실의 벽, 야구의 세계가 냉정하다는 것도 느꼈다”고 말하는 윤중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다. 비시즌 동안 훈련에 매진하며 좋지 않은 감정은 다 털어냈다. 오히려 더 확실하고 절박한 목표의식이 생겼다. 윤중환은 “1군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방망이를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다소 선한 미소를 되찾았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2군 코칭스태프도 나름대로의 호평을 한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코칭스태프에서 이런 열성을 말릴 정도다. 강혁 퓨처스팀 타격코치는 윤중환에게 “방망이보다는 몸을 먼저 만들어라. 웨이트 쪽에 좀 더 신경을 쓰자. 기술은 그 다음”이라며 제자의 마음을다잡고 있다.
12일부터 시작되는 대만캠프의 주안점도 타격이다. 윤중환은 “오히려 변화구는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됐다. 그런데 빠른 공에 너무 약했다. 힘도 아직 부족하다”라고 자신의 단점을 짚었다. 보통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말하는 것과는 반대의 이야기다. 대만에서 최대한 많은 실전에 나가며 빠른 공에 적응한다는 생각이다. 경기에 많이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의 장일 수 있다. 플로리다, 오키나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는 이유다.
하나의 감투도 생겼다. 윤중환은 올 시즌 SK 퓨처스팀(2군) 주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대해 묻자 윤중환은 “강화 캠프가 시작된 후 3~4일 후 선출했다. 형들이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라며 특별한 사연은 없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주장 선임 속에서 SK가 윤중환에 거는 기대치를 잘 읽을 수 있다. 목표는 당연히 1군 진입. 현실의 벽이 높지만, 그 벽이 어느 정도 높이인지 느껴봤다는 것은 올해 계획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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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