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편집자 주] 목요일 심야 예능 시청률 1위인 SBS ‘백년손님’은 사위와 장모가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현재 남재현, 이만기, 정성호, 이철민 등이 출연하고 있고, 막강한 재미를 뽐내고 있죠. ‘백년손님’의 막내 PD인 김명하 PD 역시 결혼 4개월차에 접어든 ‘신입 사위’입니다. 제작진으로서, 그리고 이제 막 ‘처월드’를 경험하는 유부남으로서 살짝 공개하는 김명하 PD의 좌충우돌 제작 일지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편은 ‘백년손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제작진으로서의 인기 비결을 털어놓을 예정입니다. 향후 제작 뒷이야기와 ‘백년손님’ 출연자들의 소소한 일상, 앞으로의 프로그램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백년손님? 이거 뭐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제 사위도 됐으니까 ‘자기야 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 팀에서 일하면 되겠네~” 결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농담처럼 건넨 부장님의 한마디는 불과 한 달 만에 현실이 되었다. 신입 사위라는 이유만으로 배치된 프로그램, ‘백년손님’에 대한 내 첫인상은 다음의 한 줄로 요약된다. ‘가라니까 가긴 가는데(*발음주의! ‘까라니까 까긴 까는데’ 아님), 이거 도대체 뭐 하는 프로그램이지?’

솔직히 말하면 이 프로그램, 잘 몰랐다. (막내 PD는 바쁘다. 자기가 하는 프로그램 챙겨보는 것도 벅차다.) 초특급 연예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입이 떡 벌어지는 해외 로케이션도 없다. 누가 보나 싶었는데, 어라? 몇 주째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란다. (다른 채널에선 ‘유느님’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줌마들이 보는 프로그램이겠거니 했다. 그 때는 몰랐다. 만 스물일곱 살의 내가, 겨우 한 달 만에 이렇게 ‘백년손님’의 매력에 빠져들 줄은.
다들 알면서 아무도 안 말해줬던, 바로 그거.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고부관계를 다룬다면서 뺨을 때리고, 물을 뿌리고, 사네 못사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영향이었을까, 막내 PD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엄마랑 아내가 잘 못 지내면 어떡하지’를 걱정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니, 둘은 세상 잘 지내고 있고, 오히려 내가 처가댁에 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있는 게 아닌가.(뺨을 때리지도, 물을 뿌리지도 않는데 말이다.) 왜 아무도 나에게 처가에서의 숨막히는 어색함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건지,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이렇듯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주목 받지 못했던 사위와 처가의 관계, '장서관계’를 처음으로 조명한 프로그램이 바로 ‘백년손님’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복잡한 장치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사위가 처갓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오는 걸 보여줄 뿐이다.(규칙 따위! 그런 거 모른다.)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없다. 새로운,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재를 쉽게 쉽게 풀어냈다는 것. 여기에 ‘백년손님’의 첫 번째 강점이 있다.

리얼 그 이상의 리얼, ‘生리얼’
내과의사 남재현의 장모인 울진 후포리의 이춘자 여사는 저녁 8시만 되면 졸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이춘자 여사의 취침시간이 늘 촬영 종료시간이다. 끼니때가 지나면 당이 떨어진다 하신다.(“내사 하늘이 노랗고 뱅글뱅글 돈다 마”) 식사하시는 동안 당연히 촬영은 일시 정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D나 작가가 출연자들에게 뭐 하나 억지로 시킬 수 있는 것이 없다. (얼토당토않은 말을 꺼낼라치면 벼락같은 불호령이 떨어진다 ‘저X, 저X을 잡아 조져야(?) 된다 마!’)
이렇게 본의 아니게(?) ‘백년손님’은 ‘관찰카메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리얼한 것들을 담을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방송용 같고,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장면을 볼 때 느껴지는 그 더부룩함이 없으니, 사위가 웃으면 시청자도 같이 웃고, 장모가 울면 시청자도 같이 웃을 수 있다. 공감을 가능케 하는 리얼함. 그 ‘진정성’이 '백년손님'의 두 번째 포인트이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밭에서 배추와 시금치를 뽑고, 고기잡이 배에 올라 생선을 잡고, 뒷산에 올라 땔감으로 쓸 나무를 구한다. 아궁이에서는 군고구마가 구워지고(가끔은 타기도 함), 빨랫줄엔 빨래 대신 메주와 과메기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요즘 최고로 ‘핫하다’는 ‘삼시세끼’의 한 장면이 아니다. 울진군 후포리, 포항시 중흥리의 일상이다. 중년들은 그리워하고(추억 속 그곳) 청년들은 동경하는 풍경이 ‘백년손님’을 그득 채우고 있다. 목요일, 한참 지쳐있을 일주일에 한가운데서 천천히 굴러가는 시계와, 구수한 사투리(찰진 욕은 옵션이다)와, 정갈한 시골밥상이 전해주는 ‘여유’ 또한 ‘백년손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어머, 이건 꼭 봐야 돼!
서툰 글 솜씨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백년손님’의 매력 세 가지를 뽑아보았다. 막내 PD로서 어쩌면 팔이 조금 안으로 굽었는지도 모르고, 4개월차 신입사위로서 심하게 감정이입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무슨 상관인가. 난 ‘백년손님’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시청자들도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백년손님’을 보면 그만이다. ‘백년손님’의 매력은, 세 가지 말고도 차고 넘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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