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사, 훈훈한 성남 선행에 "소중한 학생, 선수들 덕에 위기 넘겨"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2.11 18: 59

“꼭 직접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프로축구 성남FC가 새해 농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11일 일본 구마모토의 한 훈련장. 말끔히 차려입은 한 신사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4일 전 구마모 시내에서 성남 선수들이 구조한 히카리 쯔지양의 담임선생님 다이스케 오키씨였다. 인근 분토쿠고교에서 학생을 가르기고 있는 다이스케 선생님은 “하마터면 제 소중한 학생이 큰 일이 날 뻔 했다. 평소에도 히카리가 지병이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선수들의 도움으로 큰 위기를 넘겼다”고 정중히 인사했다.
전지훈련 휴식일에 나온 ‘선행’이었다. 당시 전지훈련에서 처음으로 바깥 나들이에 나섰던 김성준과 남준재, 정산, 윤영선, 박준혁 등 성남 선수 5명은 횡단 보도에서 히카리양이 쓰러진 뒤 발작에 빠진 걸 발견했다. 지난해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어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김성준은 응급차를 불러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다른 선수들은 마스크를 벗기고 패딩코트를 덮어주며 응급조치에 나섰다. 선수들은 이후 응급차가 도착해 히카리양이 병원으로 무사히 출발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이스케 선생님은 “당시 선수들의 도움을 받은 히카리가 정신이 없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는지도 몰랐다. 뒤늦게 기사를 보고 인사를 드리러 오게 됐다”며 “히카리도 오늘 이 자리에 같이 오고 싶었지만 집안 일로 오지 못했다.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장을 찾은 손님은 다이스케 선생님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본온라인 매체 ‘야후 재팬’을 통해 이 소식이 세간에 알려졌기 때문인지 아사히TV에서도 직접 취재에 나섰다. 나오키 요시오카 아사히TV 기자는 “일본에서도 한국 축구선수가 일본인 여고생을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며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스케치하는 한편 김성준과의 인터뷰까지 담아갔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좋은 일을 했다는 게 실감이 간다”고 활짝 웃었고, 김성준은 “제가 일본어를 조금 한다고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 그래도 생명을 구했다고 말씀해주시니 기쁘다”고 말했다.
성남은 14일까지 구마모토서 동계훈련을 한 뒤 17일부터 태국 방콕으로 장소를 옮겨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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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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