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의 '책상'엔 학범슨의 '비밀' 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2.11 19: 13

김학범(55) 성남FC 감독이 묵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 테르사 호텔방은 전지훈련을 와 있는 팀의 ‘전초기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의자를 가운데 두고 노트와 메모, 일정표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는 김 감독의 방은 마치 거동이 불편한 노교수의 교수실과도 같다. 질서정연하진 않지만 앉은 자리에서 모든 물건이 손에 닿을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지 훈련마다 챙기는 전술 기록용 수첩 3권은 바로 오른쪽 탁상에 놓여있어 ‘K리그의 지략가’로 통하는 김 감독의 별명을 대변하고 있다.
전술 아이디어를 구상해 그려보는 메모지 역시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지만, 여고생의 교과 노트처럼 색색이 볼펜으로 칠해져 있다. 지난 10일 일본 J리그 2부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지적할 부분을 A4 용지에 빼곡히 적어 놓은 김 감독은 “내가 머리가 나빠서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만다”며 웃었다.

소문난 애연가인 그에게도 훌쩍 뛴 담뱃값은 큰 타격이다. 하루에 세 갑의 담배를 피우는 김 감독은 유해 물질을 걸러주는 일회용 필터를 챙긴다. 김 감독은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면서도 건강은 생각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지훈련에는 2개의 탁상 달력을 가져왔다. 3월 개막하는 K리그를 앞두고 놓여있는 빡빡한 훈련 스케줄이 적혀 있다. 달력 하나를 넘겨 보기가 싫어서 두 달치를 한꺼번에 보기 위해 나란히 놓고 쓴다. 코치 때부터 그는 늘 2개의 탁상 달력을 함께 놓고 썼다는 김 감독은 일정표와 달력을 뒤적거리며“4~5월에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시간과의 싸움에서는 지는 법이 없었다. 그는 “코치 때 맛을 들인 영상 분석 때문에 밤새 편집 작업에 매달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 감독은 “3~4일 안에 경기가 있으면 최소 상대팀의 3~5경기 영상을 섭렵해야 했다.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밤이 깊었지만 김 감독은 연신 커피를 들이키며 다음날 아침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할 사항을 점검했다. K리그 클래식 잔류가 목표였던 성남FC의 사령탑은 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 오를 채비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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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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