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악몽이 소환됐다.
11일 오후 10시 방송된 KBS 2TV 특집극 '고맙다, 아들아'(극본 유현미 연출 고영탁)에서는 수능 시험을 본 후 희비가 교차하는 두 사촌 형제 장재우(안재민 분)-장시우(이정신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재우와 시우는 각각 형제인 형산(이대연 분)-형준(최진호 분)의 아들들. 두 사람은 아버지의 다른 직업으로 인해 다른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삼수생 재우의 엄마 지혜(윤유선 분)는 빠듯한 형편으로 인해 아들에게 천 만원짜리 파이널 정리를 시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형산은 "의대는 아무나 가느냐"며 아들을 의대에 넣으려는 자신을 비웃는 듯 말한 동생 형준의 말을 곱씹으며 괘씸해했다.

시우의 집은 재우의 집과 전혀 달랐다. 일단, 시우의 엄마 은희(이아현 분)는 병원장인 남편 형준의 넉넉한 재산으로 인해 아들을 한달에 백만원 가까이 하는 기숙학원에 보내고, 한 번에 천 만원 하는 파이널 정리를 시키는 등 돈을 쏟아부었다. 재수생인 시우는 대학에 떨어진 자신을 "등신"이라 욕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고, 자신의 시험에만 관심을 쓰는 부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수능의 결과는 비참하게도 쏟아부은 돈의 액수와 비례했다. 시우는 수능에서 전과목 1등급을 받았고, 재우는 잘하던 과목에서도 미끄러져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 시우가 대학을 고를 때, 재우는 엄마의 강요로 백만원짜리 컨설팅까지 받으며 학교에 지원을 했지만, 끝내 지원 대학에서 모두 떨어지며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이내 반전 상황이 연출됐다. 시우가 사실 전과목 1등급을 받은 것이 아니었던 것. 은희는 이 같은 사실을 친구들의 모임에서 듣게 됐고, 아들이 한국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것이 아니였음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부모들이 아들들의 수능 성적으로 인해 울고 불고 할 때, 아들들은 집을 떠났다. 재우는 자신에게 사수를 종용하는 부모에게 반발, "왜 내 인생에 분탕질을 하느냐"고 소리를 지른 후 집을 나왔고, 공부보다는 밴드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시우는 부모에게 가짜 성적표를 던져 준 후 기타 하나를 들고 서울을 떠나는 기차를 탔다.
이처럼 '고맙다, 아들아' 1부는 오로지 수능에만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대한민국 교육의 실태를 처절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냈다. 뜨거운 교육열과 수능 시험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과거와 현재, 또는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게 하며 안타까움을 줬다.
한편 2부작인 '고맙다, 아들아'는 재수생과 삼수생을 둔 두 가정을 중심으로 입시 제도의 문제를 짚어보고,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욕심과 그에 따른 가정의 변화를 통해 인생의 참된 목표를 돌아보는 작품. '골든크로스', '각시탈'의 고현미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새야 새야'로 제58회 이탈리아상 시상식에서 TV드라마부문 대상을 수상한 고영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11일과 12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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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아들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