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있는 포지션은 없다. 자신의 자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매년 이맘 때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올해 SK는 진짜 그렇다. 2015년 도약을 노리는 SK가 내부에서의 살벌한 경쟁에 돌입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10일 귀국한 SK는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2일 2차 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다. 체력과 자발적 훈련에 방점이 찍힌 1차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한 김용희 감독은 2차 캠프에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며 시즌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흐뭇한 표정과는 달리, 선수들의 표정은 사뭇 비장하다.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선수단을 정비한 SK다. 1차 캠프에 참여했던 선수 중 첫 경쟁에서 밀린 10명의 선수는 같은 날 대만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으로 건너간다. 살아남은 선수들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는 총 35명. 일단 대만에 가 몸 상태를 끌어올릴 나주환과 이재영, 역시 부상 재활을 하고 있는 윤길현까지 포함하면 38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10명 정도는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수 없다.

마운드에서는 5선발 경쟁이 최대 화두다. 김광현 윤희상, 그리고 두 명의 외국인 선수(밴와트, 켈리)가 선발진에 합류한다고 보면 한 자리를 놓고 여러 선수들이 경쟁할 수밖에 없다. 백인식 여건욱 문광은이라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채병룡과 고효준이라는 베테랑 선수들도 기회를 노린다. 이 경쟁에서 탈락하는 선수들은 불펜에서 다시 경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군에서 뛰었던 몇몇 선수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포수는 정상호 이재원이 굳건한 가운데 김민식과 신인 이현석이 ‘No.3’를 놓고 다투는 형국이다. 두 선수 모두 1차 캠프에서의 평가가 좋아 양보할 수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내야는 7명이 포함됐으나 나주환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8명이다. 박정권(1루) 최정(3루)의 입지는 굳건하지만 나머지 보직은 미정이다. 특히 2루는 이대수 나주환 박계현 김연훈이 한 자리를 놓고 다툴 공산이 크다.
외야도 외국인 선수 앤드류 브라운의 가세로 선수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명기 김강민 브라운이 외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주장인 조동화를 비롯, 박재상 임훈 김재현 등도 김 감독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얼마든지 기회가 올 수 있다. 심지어 대타 요원, 대주자 요원에서도 포지션을 초월한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실전에서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SK는 16일 야쿠르트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내달 1일 넥센과의 경기까지 총 9차례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며 기량을 점검하겠다는 속내다. 주전이라고 해도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