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뉴욕통신] 제레미 린, 이 손으로 어떻게 농구하니?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2.12 06: 59

‘황색돌풍’ 제레미 린(27, LA 레이커스). 너 어떻게 농구하니?
지금은 레이커스의 애물단지 선수가 된 제레미 린. 하지만 3년 전 그가 뉴욕 닉스시절에 보여준 농구는 그야말로 ‘린새니티(Linsanity)’였다. 뉴욕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린 티셔츠나 인형을 팔지 않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을 정도였다. 제레미 린의 선전덕분에 NBA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재평가하기도 했다. 한국도 간접적으로 린의 혜택을 본 셈이다.
뉴욕 NBA 올스타전을 앞두고 11일 방문한 맨해튼 NBA 하우스에서는 재밌는 이벤트가 가득했다. 가장 유치하면서도 또 재밌는 것이 바로 농구공에 실제 스타들의 손모양을 찍어낸 공이다. 과연 NBA스타들의 손은 얼마나 큰지 직접 대보고 확인을 해볼 수 있다. 여기에 이름이 있는지 여부가 ‘스타’인지 아닌지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팀 덩컨이나 케빈 가넷의 손은 농구공 절반 이상을 덮고 있었다. 왜 NBA 선수들이 한손으로 공을 빙빙 돌리면서 덩크슛을 팍팍 꽂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가장 손이 작을 것 같은 크리스 폴의 손도 기자보다 손가락 마디가 하나 정도 더 길었다. 손가락이 길기 때문에 핑거롤 레이업슛이나 패스에도 유리할 것 같다.
그런데 제레미 린의 공에 손을 대봤다. 평범한 한국사람 사이즈인 기자의 손과 거의 일치했다. 기자도 동네농구에서 패스를 흘릴 때마다 엄청 구박을 받는다. 하물며 린은 NBA에서 이 손으로 어떻게 농구를 하고 있을까. 흥미가 생기면서도 같은 동양인인 린에게 정이 느껴졌다. 공 하나로 인해 단시간에 선수와 팬 사이에 이런 친밀감이 생길 수 있다. 교감이 쌓이다보면 그 사람은 입장권을 사서 경기장에 갈 확률도 높아진다. NBA가 이번 행사를 통해 노리는 마케팅 노하우다.
이밖에도 NBA 하우스에는 팬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넘쳤다. 다른 팬들과 즉석에서 NBA 퀴즈대결을 펼치는 ‘도전 골든벨’ 비슷한 퀴즈대회도 있었다. 좋아하는 선수 유니폼을 입은 꼬마 팬들은 자유투 넣기 대결에 여념이 없었다. 앞으로 성인으로 성장해 향후 30년 이상 NBA의 충성스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잠재고객이었다. NBA는 이런 어린이들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들은 브루클린 네츠 치어리더들에게 사인 받고 사진 찍을 기회를 기다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침 자동차를 바꿀 때가 된 가장들은 기아자동차에 올라타 즉석에서 시승을 해보기도 했다. 또 공식후원사인 보험회사 ‘스테이트팜’은 10명의 직원들이 책상에 앉아 고객들에게 무료로 고민상담을 해줬다. 농구를 매개로 해서인지 분위기는 아주 밝고 화기애애했다.
NBA와 농구를 좋아해서 온 팬들이 공식스폰서에게도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것. NBA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제 걸음마를 뗐지만 마케팅은 여전히 초보단계인 한국프로농구에도 시사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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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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