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2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일본 가고시마에서 맹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2013년, 롯데는 김시진 감독 체제하에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었죠. 3년 계약을 맺었던 김시진 감독이었지만, 2014년 '올해도 4강 못 가면 그만둔다'며 배수진을 치고 시즌을 준비했습니다.
김시진 감독이 배수진을 치며 준비한 카드는 맹훈련이었습니다. 사실 2008년 이후 롯데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제리 로이스터 감독 밑에서 자리를 잡았죠. 당연히 '자율야구'의 단맛을 제대로 봤던 선수들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훈련이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생각하며 하는 훈련, 그리고 그 성과까지 직접 체험했던 선수들이죠.
때문에 작년 캠프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혹자는 '훈련 좀 많이했다고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면 그게 프로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목적의식을 갖고 선수들이 나름대로 동기부여를 한 상태에서 하는 맹훈련과 그렇지 못한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전자가 자기발전의 시간이라면 후자는 노동에 가깝죠. 그리고 불행히도 작년 롯데의 분위기는 후자였습니다. 게다가 훈련양과 시간에 있어서는 결코 선수들과 타협을 하지 않았던 권두조 수석코치가 있었기에 롯데 선수들은 빡빡한 스케줄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애리조나에서 빡빡한 훈련을 소화했던 롯데 선수단은 가고시마에서는 지쳐 있었습니다. 동시에 훈련 스케줄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했죠. 보통 강훈련이 이어지면 조금씩 풀어주는 것도 필요한데, 작년 롯데는 '롯데 기숙 고등학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훈련 일변도였습니다. 게다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선수들의 말수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훈련양이 아니라 신뢰가 깨진 것이었죠. 기자는 '구단 사람에게 내가 이런 얘기 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작년 롯데였고, 결국 연말에 CCTV 사찰 파문이 터졌습니다.
작년 롯데 전지훈련 캠프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복합적이었습니다.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롯데라는 팀 구성원들 간 신뢰가 무너졌던데 있습니다. 구단은 선수들을 믿지 못하고 호텔 CCTV를 까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많은 훈련을 시키는 코칭스태프를 원망했죠. 구단 수뇌부가 코칭스태프를 불신하고 있던 건 당연한 이야기고요.
그래서 새롭게 감독에 취임한 이종운 감독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신뢰구축이었습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원이 모인 첫 자리였던 11월 말 납회식에서 자아비판의 시간을 가졌죠. 동료들 앞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발표하면서 속에 담아놓은 앙금을 조금씩 풀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2015년 1월에 찾았던 롯데 애리조나 캠프 분위기는 1년 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훈련장에 웃음이 돌아왔습니다. 훈련 도중 코치와 선수가 농담을 주고받았고, 쉬는 시간에는 큰 목소리로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폭소도 터트립니다. 작년에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죠. 이제 선수들은 고개를 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롯데의 훈련양이 적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오전에는 단체훈련, 오후에는 개인훈련으로 일정이 짜여 있는데 그 양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선수든 "훈련 때문에 몸이 스트레스 받는 건 처음이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다보니 작년보다는 덜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롯데의 정규시즌 성적이 좋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수도 많은데다가 롯데의 전력누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년보다 라커룸 그리고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면 전력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오기도 하는 게 야구죠.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