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KBO를 대표하는 베테랑이자 포지션별 최고령 이병규(9번·LG), 진갑용(삼성), 최영필(KIA)의 활약에 소속팀의 2015시즌이 달렸다. 전설을 쓰고 있는 만 41세 베테랑 3인방을 살펴본다.
▲ ‘부활과 우승’ 두 마리 토끼 쫓는 이병규, “이대로 끝날 수 없다”
지난해는 이병규의 커리어로우 시즌이었다. 2013시즌 KBO 통산 최고령 타격왕(타율 0.348)을 차지하면서 팀을 11년 만의 가을잔치로 올려놓았으나, 2014시즌에는 다리 부상이 이병규의 앞을 막았다. 약 3개월을 출장하지 못했고, 지난 10년 중 최소 경기 출장(62경기)·최저 타율(0.251)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병규는 정규시즌 막판 타격감을 찾았다. LG의 운명이 달렸던 10월 마지막 10경기 중 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4시즌 LG의 최종전이었던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쳤다. 사실상 승부가 넥센 쪽으로 기울었던 9회말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날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불태웠다.
2015시즌 이병규의 목표는 부활과 팀의 우승이다. 자신을 괴롭혀온 다리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자율훈련에 들어갔다. 남들보다 한 달 먼저 2015년을 시작한 것이다. 2014시즌까지 안타 2021개를 기록, 대기록을 쌓고 있는 이병규는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며 “나중에 최다안타를 치게 되면 좋겠지만, 우승이 훨씬 가치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무조건 우승을 택할 것이다. 내가 최다안타를 쳐도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승은 영원히 남는다”고 다짐했다.
▲ ‘삼성 왕조 상징’ 진갑용, “신축 구장에서 뛰고 싶다”
어느덧 KBO 최고령 포수가 된 진갑용이지만, 여전히 삼성에서 진갑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3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진갑용은 예상보다 재활이 늦어지며 10월에 복귀했다. 가장 늦게 출발했으나, 마지막 11경기서 타율 4할1푼2리를 찍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시리즈 3차전 주전포수로 나서 경기 전체를 소화했고, 한국시리즈 6차전에선 교체로 나와 KBO 통산 한국시리즈 최다 출장자(59경기)가 됐다. 이렇게 진갑용은 가장 중요한 순간, 포수진은 물론 투수들에게도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진갑용은 삼성 왕조를 상징하는 포수다. 2002시즌 삼성의 통산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014시즌까지 총 7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1세기 삼성이 강력한 마운드를 내세워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랫동안 정상급 포수로 활약한 진갑용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진갑용의 목표는 2016시즌 삼성의 새 홈구장에서 뛰는 것이다. 진갑용은 현역 생활 마감 시점을 두고 “욕심이 생긴다. 신축 구장에서도 뛰고 싶다”며 “과거에는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건 100% 내 의지로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내겐 유니폼을 입은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 후회없이 뛰는 게 목표다”면서 “우승의 기쁨은 언제나 달콤하다. 어떤 분은 ‘많이 했으니 이제 아무런 느낌도 없다’고 하시던데 결코 아니다. 올 시즌에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최고령 필승조’ 최영필,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현역 최고령 투수 최영필은 지난해 반전에 성공했다. 2013시즌이 끝나고 SK서 방출됐으나 2014시즌 신고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고 8회를 지키는 셋업맨으로 올라섰다. 40경기 53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19를 찍었다. 여전히 140km가 넘는 묵직한 공을 구사하고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타자를 잡는다. KIA 구단은 불펜진을 지켜준 최영필의 활약을 높게 평가, 최영필은 올해 6000만원이 오른 1억3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최영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201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년 만에 맞이하는 캠프인 만큼, 서둘러 몸을 만들었고, 페이스도 좋다고 한다. 최영필의 올해 목표는 풀타임 소화. 최영필은 “올해는 경기수가 늘어서 두 달의 시간이 더 생겼다. 풀타임이 첫 번째 목표다”며 “작년 필승조를 했다고 올해도 반드시 필승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해진 것은 없고 내 자리를 만들어서 찾아가야 한다. 후배들과 경쟁하며 지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영필은 “솔직히 나이는 부담되지 않는다. 나이 때문인지 볼을 때리거나 누르는 힘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한 시즌 경기를 하면서 나이는 못 느끼겠다. 연투를 해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투구수가 많아지면 젊은 투수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나는 많은 경험이 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조절하는 요령이 있어 수월하다. 이제는 몇 살까지 야구를 하겠다고 말할 나이는 아니다. 올해를 잘 버티면 또 내년이 있다. 그래서 내게는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루하루가 자신에게는 결승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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