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들의 깔끔한 교통 정리가 회자되고 있다. 사건사고 많은 연예계에서 논란의 당사자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PD들의 단호한 ‘단호박’ 해명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
가상 결혼을 다루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최근 잇따른 열애설로 홍역을 치렀다. 출연 중인 홍종현과 김소은이 각각 애프터스쿨 나나, 배우 손호준과 핑크빛 염문설이 불거진 것. 홍종현과 김소은은 현재 이 프로그램에서 각각 걸스데이 유라, 배우 송재림과 가상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리 가상이라고 해도, 진정성을 무기로 한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자 단점. 열애설이 열애 사실로 공공연하게 확정되는 순간 가상 결혼의 환상은 와장창 깨지고 만다. 물론 당사자의 부인이 있더라도 열애설은 가상 결혼을 보는 흥미에 생채기가 된다. 때문에 열애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해명이 수반돼 프로그램에 끼칠 상처를 줄이는 작업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과거 오연서와 이준이 출연할 당시 오연서의 열애설에 대해 미온적인 해명으로 사건을 키우며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던 ‘우리 결혼했어요’. 열애설 후 하차까지 한달여의 시간은 프로그램을 위기로 몰고갔고, 이후 열애설 대응은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위기 관리 대응 기준으로 구축됐다.
제작진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수습할 수밖에 없는 것.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열애설에 선혜윤 PD가 누구보다도 정확한 해명을 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 PD는 일단 열애설이 나오면 사실 확인을 한 후 “당사자에게 확인해보니 아니라고 했다”라며 프로그램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나서고 있다. 홍종현의 열애설 보도가 야밤에 발생, 자정을 넘긴 시각부터 이른 새벽 내내 빗발치는 수많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은 것은 열애설이 이 프로그램에 어떤 후폭풍을 불러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제작진은 당사자가 열애를 인정해 더 이상 가상 결혼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출연자와 논의 후 하차를 결정한다는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 뿐 아니라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tvN ‘삼시세끼’ 역시 나영석 PD의 현명한 위기 관리법이 빛을 발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이끌며 온갖 사건과 사고로 출연자들의 부침을 경험했던 나 PD는 첫 방송 전 이미 촬영을 상당수 했던 장근석의 하차를 결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장근석이 세금 문제로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자 예능 출연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오랜 논의 끝에 하차를 결정한 후 늦은 시각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하차와 편집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출연자들이 밥을 함께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과정을 담는 구성. 하나의 출연자가 빠지는 것은 그야말로 타격이 크지만 나 PD는 하차를 발빠르게 결정했다. 이후 장근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투입한 손호준이 동시간대 출연 중인 SBS ‘정글의 법칙’으로 인해 논란이 발생하자 즉각적으로 사과에 나서며 ‘LTE급 해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단호박 대응’은 워낙 ‘1박 2일’을 시작으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등 큰 사랑을 받은 방송사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었던 탓에 논란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필수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일 터다.
포털사이트의 무시무시한 파급력과 맞물리며 과거에 비해 연예인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이 큰 화력을 자랑하는 게 사실이다. 조금만 어리바리한 대응을 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한발짝이라도 연관이 돼 있는 일명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수습에 나서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때문에 출연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예능프로그램 PD들이 어쩌면 숙명처럼 불을 끄는 소방수가 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jmpyo@osen.co.kr
MBC,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