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같이 일한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들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영화계에선 대표적인 이가 하정우였다. 이 바통을 이어받을 이가 나타났으니, 강하늘이다.
그의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은 영화 '평양성'(2010)이다. 본격적인 활동은 2013년부터였다. 그해 Mnet '몬스타', MBC 드라마 '투윅스', MBC 단막극 '불온', SBS 드라마 '상속자들' 등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업계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2014년은 도약의 해였다. 영화 '소녀괴담'을 통해 주연의 무게감을 보여줬고, SBS 드라마 '엔젤 아이즈'와 tvN 드라마 '미생'을 통해 대중에 이름을 제대로 기억시켰다. 이밖에도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 등 무려 3편의 영화을 찍으며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결실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쎄시봉'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실존 인물인 윤형주 역을 맡은 강하늘은 캐릭터에 밀착된 연기는 물론 뛰어난 노래 솜씨를 뽐냈다. 내달에는 '순수의 시대'와 '스물'이 몇 주 차이로 개봉한다. 내달 1일까지 연극 '해롤드앤모드' 무대에도 오른다.
다작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미지 소비의 가능성이 있다. 매 작품 배역은 달라도 연기하는 배우는 같다. 어느 순간 대중들은 "그게 그거"라고 심드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강하늘에겐 먼 이야기다. 그만큼 작품마다 전혀 다른, 동일인물이 맞는지 고개가 갸웃해지는 강하늘을 만날 수 있다.
'쎄시봉'에선 연대 의대 출신에 윤동주 시인을 육촌형으로 둔 엘리트였다면, 영화 '순수의 시대'에선 망나니 부마(임금의 사위) 진 역을 맡았다. 삐뚤어진 욕망으로 인해 향락을 탐하는 인물이다. 귀걸이를 한 외양이나, 비열하고 음험한 눈빛이 낯설게 느껴진다.

'스물'에선 경쾌한 청춘을 만날 수 있다. 학창시절 공부밖에 모르던 '순둥이'로, 대학 입학 후 동아리 선배에게 한눈에 반해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쎄시봉'에서처럼 20대 초반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언제나 자신만만한 윤형주와 '스물'의 경재는 다르다.
강하늘은 최근 OSEN과 인터뷰에서 "세 작품이 이렇게 한 달 간격으로 개봉될 줄 몰랐다"며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의 다양성을 보여주자는 마음 보다는 작품 자체가 좋아서 선택했다. 운이 좋게도 결과적으로 다른 캐릭터들이다. 캐릭터적으로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현대극부터 시대극, 사극까지. 작품마다 강하늘의 얼굴은 다르다. 순수한 소년이기도 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우등생이기도 하다. 그에겐 연령과 장르를 불문하는 힘이 있다. 연기력이 받쳐 준다는 이야기요, 그에 대한 제작진의 믿음이 굳건하다는 뜻이다.
향후 강하늘의 행보도 끊임이 없다. OCN 새 드라마 'M'에 특별출연하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대로만 나아간다면, '강하늘 전성시대'가 올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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