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를 통해 충실히 그 다운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고 있다. 또 이와 더불어 신인 배우들이 대거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온통 기이한 임 작가의 행보 가운데, 임성한 다운 의미 있는 행보다.
현재 방영 중인 '압구정백야'에는 한류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경력은 오래지만 빛을 보지 못한 중고 신인배우를 기용하는 임 작가의 기조가 우선이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대형 기획사의 배우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주요 배역을 제외하고 다른 배역들을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하곤 하는데, 임 작가의 작품은 주요 배역들도 오디션으로 선발된다.
이처럼 임성한 작가의 배우에 대한 고집은 평범치 못하다. 한류스타 캐스팅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임성한 작가는 여전히 신인배우를 기용하고 있다. 사실상 출연 배우들의 네임밸류가 중요한 드라마판에서 이 같은 고집은 임작가 본인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최근 한류스타들의 힘이 커지면서, 이들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할 출연료를 받곤 한다. 지상파 모 드라마의 주연배우는 회당 1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한류스타의 이름값에 기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몇몇 배우들에 편중돼 출연 제의가 가고, 신인 배우들이 빛을 볼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신인이 비중 큰 역할을 맡는다 하더라도, 대형 기획사의 소속인 경우가 다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 작가의 한결같은 캐스팅 기조는 꽤 의미있다. 요약해말하자면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 사례다. 대신 자신만의 콘텐츠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일각에서는 배우를 꼭두각시처럼 만들어버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러한 캐스팅으로 이만큼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이는 사실 임성한 뿐이다.
또한 실제로 그는 많은 신인배우들을 스타로 만들어줬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신인등용문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 일례로 MBC '인어아가씨'의 장서희는 오랜 무명 끝에 임 작가로 인해 단숨에 스타로 떠올라 그 해 연기대상을 거며쥐었다. MBC '보고 또 보고'의 김지수 또한 이 드라마 덕분에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밖에도 이다해, 임수향, 윤정희, 전소민, 오창석, 서하준 등이 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임성한 작가를 향한 여론 중 대다수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임 작가 같은 사람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다양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일부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 작가의 한결같은 캐스팅 기조는 작품의 질을 떠나 꽤 가치 있는 일이다.
모두가 욕하며 보는 임 작가의 작품이지만, 배우들로선 누구나 출연하고픈 드라마이기도 하다. 오히려 임 작가는 이들에게 고마운 존재다. '압구정백야'에서 조나단 역을 맡았던 김민수는 최근 OSEN에 "임성한 작가님의 작품에 다음에도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당연히 출연할 것"이라면서 "임성한 작가님의 작품들을 즐겨 봤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디션에도 임했던 거다. 오디션 현장에 수 백명의 배우들이 있었다. 임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건 제가 선택한 일이자 영광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꼬리표가 붙는다 해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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