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요정’ 트래비스 밴와트(29, SK)가 한국무대에서 2년차를 맞는다.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SK 역사상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네 번째 외국인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밴와트는 지난해 SK 후반기 약진의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7월 한국 무대를 밟은 밴와트는 입단 후 11경기에서 9승을 쓸어 담으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당초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한 경기도 없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힘 있는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외국인 잔혹사에 시달린 SK의 한가닥 위안이었다.
그런 밴와트는 SK와 재계약을 맺으며 올해도 한국에서 뛴다. 지난해 후반기에만 뛰고도 9승을 거둔 밴와트다. 기량은 검증을 마쳤다. 지난해 막판 탈이 났던 팔꿈치도 지금은 이상이 없다. 애당초 부상 정도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고 겨우내내 착실히 재활을 한 덕이다. 상대 타자들의 집요한 분석이 관건이지만 코칭스태프는 “쉽게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로 팀 선발진을 이끌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그런 밴와트에게 바라는 코칭스태프의 기대치는 당연히 두 자릿수 승수다. 지난해 막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내심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밴와트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두 자릿수 승수는 물론, 15승까지도 노려본다는 속내다.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서도 비교적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오키나와 캠프부터 본격적인 실전에 나서며 감각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SK 역대 외국인 선수 역사상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이는 단 5명밖에 없었다. 2001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가 14승을 거둔 것이 처음이다. 2007년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두 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밟았다. 케니 레이번이 17승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고 마이크 로마노는 12승4패 평균자책점 3.69로 뒤를 받쳤다. SK는 그해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카도쿠라 켄이 14승을 기록했고 크리스 세든이 2013년 14승을 거둔 것이 가장 마지막 사례다.
정상적인 몸 상태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밴와트는 유력한 후보자가 될 수 있다. 140㎞대 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밴와트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모두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은 선수다. 경기수가 늘어나는 만큼 동료들의 지원도 적절히 이뤄진다면 레이번의 기록까지도 도전할 만하다. 밴와트가 SK 마운드의 축으로 자리하며 지난해 외인 악몽을 날려버리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