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성 “어딜가나 스마트폰..낭만이 사라진 시대 아쉽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2.12 16: 21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 가요다(이하 ’토토가‘)’가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시작이었을까. 그 무엇이 됐든 복고는 지금의 ‘핫’ 키워드가 확실하다.
영화 ‘쎄시봉’도 그렇다. 7080년대 음악들이 가득하다. 약 2시간 정도 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추억에 흠뻑 젖는다. ‘웨딩케이크’,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 그 시대를 추억하게 만드는 노래들은 지금의 복고 열풍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복고 열풍에 숟가락을 떡 하니 얹는 영화는 아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쎄시봉’에 출연한 배우 장현성이 직접 장담했듯, ‘쎄시봉’은 그저 추억팔이에 의존하는 영화는 아니다. 사랑이라는, 무엇보다 풋풋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쎄시봉’을 그저 ‘추억팔이’ 영화로 치부하기엔 무리일 듯 싶다.

“우리 영화가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소재나 이 영화의 무드나 그런 것들에 대한 진정성은 있는 영화입니다. 복고 열풍에 편승해서 관객들의 지갑 속 돈을 뺏어 와볼까 이런 마음으로 만든 영화는 아님이 분명해요. 감성팔이나 추억팔이, 그것에 숟가락을 얹고 ‘얻어먹을까’하는 영화는 틀림없이 아닙니다. 준비하는 과정, 표현하는 과정들에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20대를 보내고 40대 중년의 피곤함, 고단함 등이 묻어나는 얼굴들, 인생들이 보여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영화죠. 저한테 좋은 추억이 됐어요. 관객 분들도 이 영화를 보시면서 그런 시간이 어느 정도 경험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쎄시봉’이 개봉한 지금, 복고 열풍이 국내를 강타한 것은 사실. ‘토토가’도 그랬고 ‘국제시장’도 그랬고, 대중은 복고에 열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복고 열풍에 대해 장현성은 ‘낭만이 사라진 요즘’을 이유로 꼽았다. 한 번은 가족들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가 다른 테이블에 있는 4명의 식구들이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먹었단다. 직접 목격한 경험담을 들려주던 그는 “낭만이 사라졌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복고라는 게 사전적으로 그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의 복고 열풍을 주도하는 세대는 90년대 말 IMF를 겪은 세대들 일거예요. IMF 전에는 오렌지족, X세대 등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던 세대들이 IMF를 겪으면서 세상이 만만치 않구나를 느끼고 궁핍이 오고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맨땅에 헤딩해서 가장이 되고 엄마가 된 사람들 일거란 말이죠. 그 사람들이 공백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던 시기, 20대 혹은 10대 때의 낭만을 복고 열풍이 펼쳐놔 주니까 거기에 대한 환호가 커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 번은 식당에 갔는데 다 들 핸드폰을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시대가 된 거예요. 속도가 너무 빨라진거죠. 연필로 글씨를 써보라고 하면 나조차도 글씨가 내 맘대로 안 돼요. 이렇게 빠른 속도에 건조해지는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세 명이 눈을 마주보고 발을 맞추면서 합주하는 그런 정서들이 별로 없잖아요. ‘쎄시봉’은 수많은 연습과 과정을 통해서 그런 정서와 낭만을 담고 있어요.”
복고 ‘쎄시봉’, 장현성은 이 영화에 안성맞춤인 배우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화적으로 조숙(?)했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LP를 듣고 트윈폴리오의 음악 역시 즐겨 들었다고 했다. 때문에 ‘쎄시봉’ 시나리오를 보고는 탐이 났다는 그는 이후 자신에게 제안이 들어오자 기뻤다며 캐스팅 이야기를 전해줬다.
“영화는 처음에 다른 경로로 우연히 시나리오를 봤어요. 시나리오를 봤는 정말 재밌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흠모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이자 음악들이었으니까요. 세대는 윗세대들의 이야기인데 누나가 둘이 있어서 문화적으로 조숙했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 트윈폴리오나 올리비아 핫세 등 문화적인 아이콘들을 좋아했거든요. 그때 LP 같은 것들을 굉장히 즐겨듣던 시절이었어요. 초등학생 때 들었을 때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때문에 ‘쎄시봉’에 한 자리 끼어 들어가고 싶긴 했는데 시나리오 보니까 제가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고요. 20대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였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제의가 온 거예요. 못할 건 뭐야 싶어 바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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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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