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 된 알렉스 로드리게스(40)가 배리 본즈(51)의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라운드 복귀가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A-ROD’를 둘러싼 마지막 화두가 되는 모습이다.
금지약물 복용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로드리게스는 징계로 지난해를 모두 날렸다. 부상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죗값을 치르며 선수 생명의 치명타를 맞았다. 당초 “은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이 시나리오에 고개를 저으며 현역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 징계는 곧 끝난다. 2015년 시즌부터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하다.
복귀 절차도 밟고 있다. 지난해 개인운동으로 몸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로드리게스는 최근 뉴욕 양키스의 수뇌부와 회동한 자리에서 자신의 과오를 모두 사과했다. 양키스로는 아직도 3년간 천문학적인 계약이 남아있는 로드리게스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지만 강제적으로 내쫓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로드리게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3루에는 체이스 헤들리를 영입한 만큼 지명타자로 쓰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2007년 시즌 뒤 10년간 2억7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은 로드리게스는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미 ‘약물 복용자’라는 꼬리표가 달린 로드리게스로서는 대기록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MLB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홈런자의 영예가 그것이다. 실제 로드리게스는 겨울 동안 배리 본즈와 함께 훈련을 하며 “당신의 기록을 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남지 않은 현역 경력의 최대 목표인 셈이다.
MLB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은 본즈가 가지고 있다. 1996년 MLB에 데뷔한 본즈는 2007년 은퇴할 때까지 총 762개의 홈런을 치며 행크 아론(755개)이 가지고 있던 기록을 깨뜨렸다. 약물의 오명을 일단 제외하고 생각하면, 이 기록을 깨뜨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로드리게스다. 1994년 데뷔한 로드리게스는 2013년까지 654개의 홈런을 때렸다. 본즈, 아론, 베이브 루스(714개), 윌리 메이스(660개)에 이은 역대 5위 기록이자 현역 1위다. 2위인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520개)와는 적잖은 차이가 난다.
이미 40줄에 접어들었고 1년간의 치명적인 공백이 있는 로드리게스가 남은 3년 동안 얼마나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하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일단 메이스의 기록에는 매우 근접했고 부상이 없다면 700홈런 고지 등정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본즈의 기록까지는 108개가 남아 있다. 연장계약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면 3년 동안 연평균 36개를 쳐야 한다. 로드리게스는 2008년 35개, 2009년과 2010년 30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그 후 3년간 기록한 홈런 개수는 41개에 불과했다. 깨기 힘들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본즈 역시 약물 홈런왕이라는 점에서 현재 기록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로드리게스가 메이스와 루스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후대는 마찬가지 평가를 내릴 것이다. 악마와 거래를 하지 않았어도 갔을 법한 명예의 전당은 물 건너갔다. 하지만 어쨌든 숫자가 쌓여간다는 점에서 갑론을박이 있을 전망이다. 당장 메이스, 루스, 본즈의 기록을 넘을 때마다 받기로 한 6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놓고 양키스와 로드리게스 사이에서 잡음이 시끄럽다. 일그러진 영웅의 힘겨운 행보가 마지막에 돌입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