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계약 규모로 보면 메이저리그(MLB)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생각보다는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출발이 좋아서 나쁠 것은 없다. MLB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피츠버그와 4년 보장 1100만 달러(5년차 옵션 포함 1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피츠버그 내야에서 벌어질 치열한 경쟁을 준비 중이다. 입단식도 거르고 땀을 흘리며 스프링캠프를 정조준하고 있다. 분명 상대들은 만만치 않다. 조시 해리슨, 닐 워커, 조디 머서는 지난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기득권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가장 화제를 모으는 선수는 ‘굴러온 돌’ 강정호인 분위기다.
새로 영입된 선수에 더 큰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검증된 것이 별로 없는 강정호에 대한 기대치는 연봉 이상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언론에서 강정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기대를 걸 만하다”라는 예상이 쏟아진다.

각 언론들이 발표하고 있는 판타지 랭킹에서 강정호의 기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추천주로 손꼽히는 경우가 많다. 야후스포츠는 유격수 부문에서 강정호를 공동 28위에 올려놨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강정호의 시즌 성적으로 타율 2할6푼6리, 12홈런, 45타점을 예상하면서 유격수 부문 24위(전체 341위)로 뽑았다. ESPN에서는 강정호를 유격수 부문 21위, 전체 300위로 예상해 가장 높은 평가를 내렸다.
단순한 경기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판타지 전망은 선수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이 선수가 성적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잡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판단한다. 즉, 매체들은 강정호가 피츠버그 내야의 어딘가에서 기회를 잡을 것이며 첫 시즌에 비교적 준수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ESPN와 CBS스포츠는 이미 ‘올해 주목해야 할 새 선수’로 강정호를 한 차례씩 언급했다.
전문가 및 컬럼니스트들의 견해도 비교적 좋다. 수비에서는 전체적으로 리그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됐다. 공통된 부분이다. 하지만 공격은 통할 것이며 수비의 문제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꽤 많다. 미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의 댄 팬스워스는 12일(한국시간) 강정호의 타격폼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힘은 MLB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잘 적응한다면 타율 2할8푼에 25홈런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덧붙여 관심을 모았다.
팬스워스는 장문의 글에서 강정호의 타격폼 중 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레그킥)은 MLB에서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지가 되는 오른발의 견고하게 붙어있고 힙턴이 강해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폼이라고 분석하며 MLB의 대스타인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와 약간의 유사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힘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부분이 없으며 낮은 코스에도 잘 대처한다고 봤다. KBO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리그이긴 하지만 이 정도 타격 재능이라면 MLB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컬럼니스트 뿐만 아니라 현장의 베테랑 지도자들도 강정호의 타격은 높게 사고 있다. 시애틀 감독 출신으로 현재는 오클랜드의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는 존 맥라렌은 12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포형 타자다. 왼 다리를 드는 타격폼만 조금 수정하고 MLB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에 적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MLB 선수들을 봐온 베테랑 전문가의 호평이라 더 의미가 있다. 미국 특유의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강정호의 성공 가능성은 미국에서 더 높게 점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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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리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