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변경 단행’ LG, 리빌딩 지름길 걷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2.13 06: 31

교통정리로 구색은 갖췄다. 외야진과 내야진에 젊은 피가 고르게 분포되며 리빌딩 틀이 만들어진 상태다. 하지만 아직 젊은 선수들이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 완전히 포지션을 전향한 김용의와 문선재가 외야수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모든 게 꼬인다. 앞으로 젊은 야수들이 팀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 트윈스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LG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서 마지막 훈련을 하고, 다음날 LA와 인천을 거쳐 오키나와로 향한다. 오키나와에선 한국팀과 일본팀을 상대로 총 9번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를 통해 LG 양상문 감독이 최대과제로 제시한 젊은 야수진의 성장과 선발투수 오디션의 결과물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전력만 놓고 보면 선발투수 발굴이 시급해 보인다. 우규민과 김광삼이 오키나와에 합류하고, 둘이 100% 컨디션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한다고 해도 선발진 한 자리가 빈다. 어쨌든 류제국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는 누군가가 도약해야한다. 임정우 임지섭 유경국 장진용 신동훈이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소 다섯 명 중 한 명은 올라서야 시즌 초반부터 승부를 걸 수 있다.

그런데 젊은 야수진의 성장도 중요하다. 선발진은 류제국이 예정대로 5월에 돌아오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반면 젊은 야수들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성장이 더디면 시간이 흐르면서 팀 전체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베테랑 야수들이 앞으로 2, 3년은 건재하겠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LG가 목표로 삼은 꾸준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젊은 야수들이 잠재력을 꽃피워야 한다. 외야진에 문선재 김용의 채은성, 내야진에 최승준 박지규 김재율 등이 정답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김용의와 문선재의 외야수 전향 성공 여부다. 두 이병규(9번·7번)와 박용택, 이진영 등 이미 주전급 외야수가 있지만, 확실한 중견수 백업은 없다. 정의윤은 코너 외야수로만 나올 수 있다. 박용택은 전 경기를 중견수로 출장하기는 버겁다. 두 이병규와 이진영이 간혹 중견수를 맡을 수는 있으나, 이 경우 외야진 전체의 밸런스가 안정적이라 보기는 힘들다.
LG 코칭스태프는 지난해부터 김용의와 문선재의 외야 전향을 계획했다. 그리고 올해는 둘 다 외야수로만 나선다. 예상치 못한 내야수의 부상으로 1루를 보게 될 수는 있으나, 예전처럼 2루수로 나설 확률은 희박하다. 유지현 수비 코치는 “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기로 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며 “용의와 선재 모두 발이 빠르다. 우리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외야수는 수비 범위가 넓어야 한다. 2년 후 우리 팀 외야라인에 변화가 필요하게 된다면, 용의와 선재가 외야를 책임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지난 9일과 12일 LG는 NC와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9일 경기에선 김용의가 중견수, 채은성이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고, 12일 경기에선 문선재가 좌익수, 채은성이 중견수, 김용의가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 두 경기를 보고 김용의와 문선재의 외야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김용의와 문선재, 그리고 채은성에게 2015시즌 외야진의 백업을 맡기는 것은 물론, 이들이 미래에 주전 외야진을 형성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김용의와 문선재가 더 이상 2루를 보게 되지 않은 만큼, 내야진에선 2루수 박지규의 성장을 주목할 만 하다. 손주인이 주전 2루수를 맡고 있지만, 손주인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2루 자리는 황목치승·박용근·김영관 등 멀티 내야수들이 맡아야 한다.
올해 대졸 신인인 박지규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돋보였다. LG 스카우트 팀은 양상문 감독의 요청에 따라 드래프트 5라운드서 박지규를 지명했고, 박지규는 타격에서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2일 NC전에선 2번 타자겸 2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양상문 감독은 애리조나에서 박지규의 모습을 지켜보며 “지규는 대학교 4학년 내내 내가 봐왔던 선수다. 그만큼 잘 알고 있었다. 습득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시간을 많이 단축시켜 나가고 있다. 물론 프로에 처음 와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다 보니 많이 힘들 것이다.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내야진 역시 외야진 만큼 급하지는 않아도 서서히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 향후 2, 3년 안에 1루에 최승준, 2루에 박지규, 3루에 김재율 혹은 현재 경찰청에 있는 강승호(2014시즌 퓨처스리그 성적: 타율 3할2푼5리 11홈런 60타점)가 기대대로 올라오면 두터운 내야진을 형성할 수 있다. 
LG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최신·최고 시설인 이천 챔피언스 파크를 적극 활용, 외부 FA 영입보다는 내부육성을 통한 강팀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2015시즌이다. 현재 1군 스프링캠프에 있는 젊은 야수들이 성장하면, 암흑기 없는 꾸준한 강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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