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마운드 신예들, 기대와 오버페이스 사이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13 06: 35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에서는 연일 강속구 투수들의 힘찬 피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산의 젊은 투수들은 벌써부터 140km대 중후반을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의 3번째 라이브 배팅 훈련이 있었다.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과 감각을 만들어가기 위한 훈련으로, 투수들에게도 실전에 가까운 환경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날 라이브 배팅에서는 8명의 투수가 20개씩을 던졌다. 사이드암 오현택(134km)과 우완 김수완(139km)을 빼고는 전원이 최고 구속 140km을 넘겼다. 지난 시즌 1군에서 150km를 넘기기도 했던 장민익은 145km를 찍었고, 이어 변진수(144km), 진야곱, 최병욱(이상 143km), 함덕주(142km), 김명성(141km)이 뒤를 이었다.

이전에 있었던 라이브 배팅 때는 다른 투수들이 빠른 공을 자랑했다. 우완 강속구 투수인 김강률과 이원재가 각각 149km, 148km로 힘을 과시했고, 좌완 이현호도 144km로 존재감을 알렸다. 셋 중 김강률과 이원재는 지금 당장 150km를 넘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파워피처다.
엄청난 기대를 갖게 하는 수치다. 미야자키에서 있을 2차 캠프에 들어가기 전부터 150km나 140km대 중, 후반에 육박하는 공을 가진 투수들이 여럿 보인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해 미야자키에서 벌어질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으로, 1군을 노리는 선수가 어느 해보다 많은 의욕적인 전지훈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구속만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예상할 수는 없다.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의 스타가 정규시즌에는 침묵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선수 스스로가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 것도 있겠으나, 페이스를 지나치게 빨리 올려 시즌이 되면 컨디션이 하락하는 사이클에 접어드는 선수들도 많다.
오버페이스인지 아닌지는 시즌 성적이 말해줄 테지만, 두산이 아니더라도 각 팀에서 오버페이스를 해야만 하는 선수들은 여럿 있다. 전지훈련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아 기회를 얻기 힘든 선수들은 시즌이 다가오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캠프 기간에 눈도장을 찍겠다는 절박함을 보이기도 한다. 시즌이 되면 경험상 자기 페이스가 다소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선수들은 꼭 있게 마련이다.
김태형 감독은 이러한 오버페이스를 방지하기 위해 1군 전지훈련 명단에서 신인을 모두 제외하는 치밀함도 보여줬다. 신인들은 선배들 눈치를 보거나 막내가 할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고, 훈련 시간에는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오려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 올리게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이 말한 제외 이유였다. 코치가 보는 곳에서는 1km라도 더 빨리 던지려고 의식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기에 김 감독의 이러한 결정은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밝혔듯 지금 두산 투수들이 보이고 있는 빠른 구속이 기량 향상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페이스를 빨리 끌어 올린 투수들의 절박한 몸짓인지는 다가올 정규시즌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무엇이 됐든 영건들의 광속 경쟁이 다가올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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