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스테보(33)는 친구, 형, 그리고 선생님과 같다."
이종호(23)와 스테보는 전남 드래곤즈가 자랑하는 공격수들이다. 지난해 13골을 기록한 스테보는 아쉽게 득점왕에 오르지 못하고 득점랭킹 3위에 기록됐고, 이종호는 10골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수인 만큼 득점 욕심은 강하지만 서로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일이 다른 만큼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생활을 지켜보면 파트너 이상이다. 한 방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스테보와 이종호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형제와 같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서투른 영어와 눈치와 못짓으로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했다.

평소 스테보를 "테보형"이라고 부른다는 이종호는 "축구 이야기를 주로 하고 친구처럼 축구 게임도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테보형이 처음 왔을 때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래도 내가 먼저 다가섰다. 내 입장에서 테보형은 성공한 선수였다. 대표팀에도 뽑혔고, 어렸을 적부터 스포트라이트도 받아왔다.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다가갔는데 테보형이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많은 조언을 했다"며 친해진 계기를 설명했다.
스테보의 조언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스테보와 이종호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이종호의 능력에 대해 믿음이 생긴 스테보는 자신보다 이종호를 더 믿기도 했다. "내가 골을 넣지 못해도 종호의 득점은 돕겠다"고 할 정도다. 이종호는 "계속 호흡을 맞추다보니 믿음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성적도 잘 나오면서 단기간 내에 친해졌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사이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좋았고, 더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하니 테보형과 난 서로를 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테보의 태도도 이종호가 강한 믿음을 보이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기적인 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종호는 "테보형은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적인 목표를 더 중요시 한다.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선수다. 자기보다는 팀이 이기는 것을 바란다. 테보형은 한국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자기가 분명 득점할 수 있는 기회인데도 내게 패스를 해준다. 친형과 같은 느낌이다. 흔히 외국인 선수는 먼저 베품을 받기를 원하지만, 테보형은 자기가 먼저 베품을 보여준다.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고 전했다.
스테보는 이종호의 기량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마치 선생님과 같은 모습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이종호는 "테보형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노상래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로부터 전체적인 틀을 배운다면, 테보형은 가까이에서 구체적인 것을 알려준다. 특히 상황에 따른 대응을 잘 알려준다. 인터넷에서 영상을 보면서 서로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최근에는 앤디 콜과 드와이트 요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영상을 보면서 둘의 호흡을 배우고 있다. 축구에서 만큼은 테보형이 확실하게 선생님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친구이자 선생님이지만 이종호에게는 스테보가 형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어렸을 때부터 형을 갖고 싶었다"는 이종호는 "동네형들, 사촌형들을 졸졸 따라다닌 기억이 있다. 그래서 테보형을 진짜 친형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더욱 깊어졌다. 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함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조언을 잘해준다. 지난해 내가 득점 1위를 하고 있을 때도 득점 1위라는 사실을 신경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올해에는 지난해 잘했어도 이제 한 시즌을 잘한 것에 불과하니 새시즌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럴 때 보면 코칭 스태프 같다"며 크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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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