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준이 달콤한 미소에 숨겨뒀던 소름끼치는 악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한없이 달달했던 목소리는 상대를 떨게 만드는 협박으로 바뀌었고, 안방극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하이드 지킬, 나’ 성준의 뒤통수를 거하게 때린 악역 연기가 부진 탈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2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8회는 구서진(현빈 분)을 괴롭히던 어린시절 친구 이수현이 사실은 윤태주라는 충격적인 반전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태주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현이 서진의 주치의인 강박사(신은정 분)를 납치한 사실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는 최면으로 사람을 혼동시킬 수 있는 태주의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악행이었다.
태주는 서진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생각에 신분을 위장해 강박사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강박사가 서진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구안하자 납치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최면을 이용했다. 이날 방송에는 그동안 이중적인 가면을 쓰고 서진과 강박사를 괴롭혔던 태주의 비밀이 한꺼번에 풀렸다. 이 과정에서 웃으면서 상대방을 압박하고,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서진을 괴롭히는 태주의 무서운 면모가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리며 긴장감을 형성했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속 주변 인물로 여겨졌던 태주는 사실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는 극 전개의 핵심 열쇠였던 것. 특히 태주가 그동안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 같은 반전은 시청자들을 더 놀라게 했다. 태주를 연기한 성준이 한순간에 눈빛이 어두워지고, 달달했던 미소 대신에 섬뜩한 웃음을 짓는 연기까지 뒤섞이며 흥미가 높아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성준은 이날 막판 5분 동안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줬다. 한순간에 표정이 확 바뀌는 반전 연기로 일단 시선을 끌고, 조근조근한 말투로 무시무시한 협박을 일삼는 악한 면모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성준은 2012년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후 MBC ‘구가의 서’,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 잇따라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이후 지난 해 그의 연기 인생을 바꿔놓은 KBS 2TV ‘연애의 발견’에서 사랑하고 싶은 남자로 완벽하게 변신,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리는데 성공했다.
‘연애의 발견’에서 연기 호평을 받은 그는 이번에 ‘하이드 지킬, 나’에서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반전의 강력한 여운을 선사하며 낮은 시청률로 고전 중인 이 드라마의 반등을 이끌었다. 매회 자체최저시청률을 갈아치우던 ‘하이드 지킬, 나’는 6.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방송 후 처음으로 시청률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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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