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의 지성이 매 회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로 드라마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극 중 인물 차도현이 강해질수록, 이를 연기하는 지성의 전성기도 강해지는 중이다.
지성은 극 중 7개의 인격을 가진 차도현으로 분했다. 7개의 인격 중 주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차도현과 신세기다. 차도현과 신세기는 극과 극의 성격으로, 지성은 한 회 안에서도 이토록 상반된 두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차도현에게 신세기는 악역이라는 것. 신세기를 이겨내기 위해 강해지면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킬미 힐미'의 주요 줄거리다.
지난 12일 방송분에서는 이러한 차도현의 모습이 잘 드러났다. 오랜만에 신세기가 아닌 차도현이 등장, 그가 벌려놓은 일을 수습하는 내용이 그려졌는데, 이와 동시에 차도현은 신세기만이 알고 있는 아픈 과거를 떠올렸다. 신세기라는 인격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 과거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아동학대, 그리고 그 순간 곁에 있었던 이름 모를 아이의 기억이 기억나기 시작한 것. 다른 인격을 탄생시키며 외면했던 과거가 차도현에게 정면으로 들이닥치게 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차도현은 차도현으로 남아 이 같은 상처를 감당했다. 또 다른 인격으로 이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완전히 떠올리지 못한 과거에 대해 궁금해하고 의문을 가졌다. 더 이상 유약한 차도현이 아닌, 이제는 강해져서 돌아온 것. 이는 곧 차도현의 성장이다.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스스로를 힐링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극 중 인물 차도현이 강해질수록, 이를 연기하는 지성의 인기 또한 강해지고 있다. 그의 마력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는 차도현을 여기할 때에는 신세기에 대한 그리움을, 신세기를 연기할 때에는 차도현을 그립게 만든다. 또 안요나, 안요섭 등 다른 인격들을 또 다시 보고싶게 만들기도 한다. 화면엔 분명 지성이 나오고 있지만, 또 지성이 보고 싶은 이상한 현상이다.
이처럼 모든 지성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각 캐릭터로 변신할 때마다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 그가 차도현이든 신세기든 지성은 어색함 없이 그 역에 빠져들게 한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지성 덕분에 한 인격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인격을 응원하게 된다. 차도현이 강해질수록 신세기라는 인격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들은 누구 한 인격의 승리가 아닌 모두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차도현은 강해지고 있고, 지성은 뜨거워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차도현의 성장기를, 그리고 배우 지성의 인기 성장기를 지켜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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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 힐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