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에 이어 남자부 역시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를 뽑는다. 그 시작은 2016~2017 시즌이다.
13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제 11기 제 5차 이사회를 열어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남자부 트라이아웃 도입 여부였다. 여자부는 올해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애너하임에서 트라이아웃을 개최하기로 했다. 남자부도 2016~2017 시즌부터는 트라이아웃으로 선발된 외국인 선수들이 코트에 선다.
핵심은 비싼 선수를 배제해 구단 운영비의 나머지 부분을 국내 선수 지원 및 육성 등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자부는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 졸업 예정자 및 해외 리그 3년 이하 경험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남자부 역시 해외 경험이 없거나 적은 선수들로 채워질 것이다.

장점은 분명 있다. 유명무실해진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28만 달러)을 현실화할 수 있다. 각 팀의 1년 농사 중 외국인 선수 영입에 쏠린 비중이 매우 컸는데,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면 현실적인 몸값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구단 운영비의 나머지는 국내 선수들을 관리하거나 구단을 정비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연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기량이 있는 선수를 영입 할 수 있게 몸값 상한선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단들도 반기고 있다. 남자부 한 구단의 관계자는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인 만큼 우리 구단은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팀들이 최근 수년간 리그 전체가 외국인 선수 선발에만 온 신경이 쏠렸다는 점에도 동의하고 있다.
경기 내적으로도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공격 점유율이 높은 외국인 선수 대신 지금보다 기량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가 오면 그만큼 에이스 몫을 국내 선수들이 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고비를 스스로 해결하며 국내 선수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폭 넓게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역시 흥행이다. 레오(삼성화재), 시몬(OK저축은행) 등 특급 외국인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반감되는 재미를 어떤 것으로 채울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훌륭한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팬들의 눈은 높아졌다.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새로 오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운 수준일지도 모른다.
당장 시행되는 여자부를 통해 남자부 트라이아웃의 많은 부분이 결정될 것이다. 몸값 현실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가치를 내세워 도입한 시스템이지만, 자칫하면 올라간 배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 될지 모른다. 수정하고 보완할 시간적 여유는 아직 있는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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