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일, “서둘러서 뭐할까요? 마지막에 웃어야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2.13 17: 22

“서둘러서 뭐할까요? 마지막에 웃어야죠.”
광주FC 남기일 감독(40)의 입가에 흐르는 진한 미소엔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듯 했다.
지난해 기적같은 승격의 꿈을 이룬 광주는 올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2부리그와는 상대하는 팀들의 수준부터 다른 탓이다. 매 경기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호들과의 접전이다.

13일 광주 전지훈련지인 일본 구텐바시에서 만난 남기일 감독은 “선배 지도자들이 잔뜩 벼르시더라. ‘아프리카 초원의 세렝게티 초원에 왔으니 준비 잘해라’고 말씀하신 황선홍 포항 감독의 조언은 머릿속에 잘 담아뒀다”고 활짝 웃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광주를 또 다른 시·도민구단인 대전 시티즌·인천 유나이티드와 함께 유력한 강등후보로 지목했다. 이른바 ‘3약’의 강등 전쟁이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법은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남기일 감독은 “우린 기적을 이룬 팀”이라며 “남들이 빨리 빨리를 외칠 때 느리게 느리게 우리 축구를 만들어 상위 스플릿 진출까지 노려볼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1부리그에 올라왔다고 조급한 마음을 갖는 것보다는 자신들만의 축구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1부리그 잔류가 2부리그 승격보다 쉬운 것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남기일 감독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1부리그에선 2팀만 밀어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정도 자신이 없으면 감독 안 한다”고 강조했다. 역설적으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2부리그의 배고픔과 설움도 도움이 됐다. 남기일 감독은 “1부리그에서 유일하게 상대했던 그 팀(경남)은 실수하는 선수를 서로가 비난하더라.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남 탓이 없다. 춥고 힘들다지만, 가족끼리 누가 비난하겠나. 11명이 똘똘 뭉쳤으니 두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전으로 뛴 선수들을 모두 잡아낸 것도 든든하기만 하다. 적잖은 선수들이 명문팀들의 이적 제안을 받았지만, 이적이 아닌 잔류를 선택했다. 남기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지난 3년간 보통 일을 겪었는가? 갑작스러운 강등, 그리고 좌절, 다시 승격할 때까지 쌓인 고통이 이젠 팀에 대한 애착이 됐다”고 설명했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 선수들이라면 중위권도 충분히 가능하다. 겨울 전지훈련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8전 전승을 기록했다”며 “아무래도 다른 팀들과 비교해 부족한 골 결정력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데려오는 쪽으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도 고민거리는 있었다.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이 하계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사용돼 5월까지 원정을 전전하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대회 기간인 6~7월에도 원정을 떠나야 하는 것은 똑같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유랑 생활을 했던 인천이 6경기에서 1승3무2패로 무너지며 강등 위기로 몰렸던 전례를 생각하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남기일 감독은 “없으면 없는 데로 해법을 찾는 게 감독이다. 여러 가지 해법을 찾아보고 있다. 긴 원정 거리는 버스가 아닌 KTX 이동 혹은 하루 먼저 움직이는 방법으로 해결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개막 전까지는 머리를 바쁘게 움직여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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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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