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농구에서 비디오판독제가 논란이 됐다. 중계화면에 잡힌 명백한 오심을 정정하지 않고 넘어가 팬들의 원성을 산 경우가 있었다. 비디오판독이 전문적으로 실시되는 NBA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NBA 아시아의 초청으로 직접 리플레이 센터 현장을 방문해 NBA 비밀을 벗겼다.
▲ 최첨단 시설의 리플레이 센터
NBA는 2014-2015시즌을 앞두고 미국 뉴저지주 시카커스에 1500만 달러(약 166억 원)를 들여 ‘리플레이 센터’를 완공했다. 리플레이 센터란 NBA 구장의 모든 카메라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화면을 통해 심판이 리플레이를 원할 때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도록 구축한 비디오판독 시스템이다.

NBA에서 15경기가 동시에 열려도 리플레이센터에서 모두 커버가 가능하다. 리플레이 센터와 NBA 구장은 초당 30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무선망으로 연결돼 있다. 최대 47대의 카메라가 코트에서 찍어 보내는 울트라 HD화질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녹화하면서 편집해서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리플레이센터에는 총 94개의 모니터가 있다. 한 사람이 일을 하는 책상 하나에 터치스크린 2개, 스크린 1개, 대형스크린 1개, 영상편집장비와 마이크 등이 구축돼 있다. 이를 스테이션이라고 한다. 리플레이 센터에 총 15개의 스테이션이 있다. 그 중 3명의 시니어 스태프가 지원사격을 한다. 리플레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상위 리플레이 매니저 한 명이 가진다.

▲ 45초 안에 코트 안의 모든 것을 잡아낸다
NBA는 비디오판독을 할 수 있는 15가지 주요 상황을 정해놨다. 한국과 달리 플래그넌트 파울이나 득점에 직접 관계되는 파울까지 판독의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너무 잦은 리플레이를 통해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웬만큼 논란이 되지 않으면 주로 4쿼터 승부처에서 리플레이가 많이 이뤄진다.
숙련된 스태프들은 심판이 원하는 화면을 제공하는데 평균 45초가 소요된다고 한다. 판독은 2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시간보다 리플레이를 보는 것이 오히려 시간이 짧고 효율적인 셈이다. 전문스태프는 심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상을 재빠르게 편집할 수 잇는 기술도 갖고 있다. 또 특정팀을 응원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인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리플레이 센터를 견학한 뒤 기자들이 직접 기계를 조작해 비디오판독을 해볼 수 있는 실습시간도 주어졌다. 왼쪽 모니터에서 경기장면을 불러낸 뒤 터치스크린으로 여러 앵글을 선택할 수 있다. 보통 NBA 경기에 카메라가 7~9개 쓰인다. 파이널같은 중요 경기서는 무려 47개의 카메라가 투입되는데 이를 모두 모니터할 수 있다고 한다.
중간 화면에서는 불러낸 화면을 줌인-줌아웃 할 수 있다. 3점슛을 쏠 때 발이 라인을 밟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확대를 원하는 부위를 손으로 터치하면 1초 만에 확인이 가능하다. 논란의 화면을 잡아냈다면 우측 화면에서 조그셔틀로 프레임단위로 재생을 시키면서 리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리플레이 센터에서는 심판과 스태프가 실시간으로 마이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심판이 원하는 장면과 각도만 계속 반복해서 보여줄 수 있다. 도저히 오심이 나올 수가 없는 궁극의 시스템이었다.
▲ “우리의 역할은 심판의 판정을 돕는 것”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다보면 언제가 인간인 심판의 판정능력을 초월하는 것이 아닐까. 심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NBA는 논란이 되지 않는 개인파울의 경우 심판에게 전적으로 판정권을 주고 있다. 심판이 최초로 판독을 요구해서 비디오를 볼 때 이 화면은 중계방송 화면에 나가지 않는다. 기계가 장면을 잡아주지만 결국 최종 판정권한은 심판에게 있다. 심판들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한 장치다.

리플레이 매니저 조는 10년 이상 심판으로 활약했던 베테랑이다. 그는 “우리는 심판이 아니다. 다만 심판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공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디오판독에도 플레이의 경중을 따져서 경기흐름이 끊기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 재밌게 경기를 즐기는 것”이라며 팬에게 무게중심을 뒀다.
리플레이 센터는 수 백 억 원을 투자해 구축한 최첨단시설이 전부가 아니다. 결국 핵심은 철학이었다. 팬들이 논란 없이 재밌게 농구를 시청하도록 만들자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리플레이 센터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심판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정확한 판정을 도울 수 있는지 NBA가 고민한 흔적도 역력했다. 항상 판정문제만 나오면 심판과 감독이 얼굴을 붉히는 한국 프로농구에서도 진지하게 뒤돌아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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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미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