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틀 김경문’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된 롯제 자이언츠 이종운(49) 감독과 두산 베어스 김태형(48) 감독은 2015 프로야구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분주하다. 10개 구단 감독 중 초보사령탑으로 이들이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도 올 시즌 프로야구 관심사 중 하나이다.
두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직을 처음 맡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선배 감독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차 전지훈련을 갖고 담금질했다. 롯데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전훈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했으며 두산은 17일 역시 일본 미야자키로 떠나 2차 캠프를 가질 예정이다.

현역시절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 뛰었던 이종운 감독은 은퇴 후 11년간 경남고에서 아마야구 감독으로 지내며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해 롯데 코치로 프로야구계로 복귀하고 올 시즌 감독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이다. 감독으로 처음 맞이 한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이 감독은 아마야구를 통해 쌓은 지도자 경험을 프로무대에서도 녹아들게 만들고 있다.
이 감독은 일단 온화하다. 부드러운 말투와 상대에 대한 배려심 등 전체적으로 풍기는 인상은 온화함 그 자체이다. 한 달여간 이 감독의 선수단 통솔을 옆에서 지켜본 구단 관계자는 “부드러움과 온화함 속에 칼이 들어 있다. 외유내강형의 ‘독사’같은 감독님이다. 크게 대놓고 야단치거나 소리를 지르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따라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서 감독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만든다”면서 한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평한다. 야구계 인사들은 “고고야구 감독을 한 팀에서 11년씩이나 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라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야구를 빛내고 있는 LA 다저스의 좌완 선발 류현진이 지난 11일 롯데 전훈 캠프를 찾아와 선수단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된 배경에도 이 감독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작용했다. 한인 식당에서 우연하게 류현진을 만난 이 감독은 “현진아 우리 팀에는 언제 오냐. 다른 팀만 가고 그러면 안되지”라고 농담하며 류현진을 롯데 캠프로 이끈 것이다. 물론 류현진도 강민호, 송승준 등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한 의도가 첫 번째였지만 이 감독의 은근한 압박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에서 전훈 중인 4개팀(LG, 롯데, 두산, 넥센) 중 롯데 방문이 맨 마지막이었다.
이종운 감독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면 옆 캠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지도하고 있는 김태형 감독은 ‘대찬 야구’를 표방하며 선수단을 독려하고 있다. 평소에는 조용해 보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앞장서서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단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친근한 형으로 다가가기도 하지만 엄한 감독으로서 따끔한 주문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두산 선수단은 이미 예전부터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두산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뛰고 코치로도 오랫동안 함께 활약한 김 감독이기에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서는 ‘선수들의 규율 등 팀워크를 해치는 행위는 엄하게 다스리는 강한 성격이지만 야구와 야구계를 잘 읽는 영리한 지도자’로 통한다.
김 감독은 애리조나 전훈을 시작하면서 “지금부터 여기 카지노에 출입하는 선수가 내 눈에 들어오면 올 시즌 나를 1군에서 보지 않게 될 것”이라며 훈련 외 여가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말 것을 강력하게 주문, 선수단을 긴장케 했다. 구단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김경문(현 NC 감독) 감독님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 때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야구관도 비슷해 보인다”며 ‘리틀 김경문’으로 평한다.
김 감독은 지난 3년간 SK 와이번스에서 코치로 지내면서 야구와 야구계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두산에서만 생활하다가 다른 팀에서 처음으로 코치로 활동하면서 팀원간 조직력을 다지기 위한 인간관계 등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였다고. 두산 내부에서는 일찍부터 ‘준비된 감독’으로 평가를 받아온 가운데 지난 3년간 다른 팀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됐다고 한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라는 상반된 색깔을 지닌 두 초보 감독들이 자신들만의 야구를 펼치며 올 시즌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태세이다. 돌풀을 일으키겠다는 단단한 각오들이 엿보인다. 애리조나에서 팀들을 돌아보며 올해 방송해설 준비에 한창인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두 초보감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 또 팀에서도 선수단 운영에 전폭적인 지원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올 시즌 프로야구 화두 중 하나로 두 감독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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