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여러 가지 사항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여자부는 다음 시즌부터, 남자부는 2016~2017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벌써부터 찬반 여론이 뜨겁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리그 경기의 질적 하락으로 인한 흥행 부진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3년만 보더라도 시몬(OK저축은행), 산체스(대한항공), 아가메즈(前 현대캐피탈), 비소토(前 한국전력)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국을 찾았거나 아직도 뛰고 있다. 눈이 높아진 팬들 눈에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KOVO 관계자는 “트라이아웃 참가 대상이 여자부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자부의 경우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 경험자로 트라이아웃 대상이 제한되지만, 이 조건을 완화하면 좀 더 우수한 선수들이 찾아올 수 있다.

우선 KOVO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남자 구단은 모두 트라이아웃에 대해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외국인 선수 몸값 과열 경쟁이 제 살 깎기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합의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면 구단이 역량을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어 국내 선수 육성과 기량 유지에 더욱 힘을 쓸 수 있고, 이것이 국제 경쟁력과도 연결되어 리그 인기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생기면 트라이아웃 도입의 궁극적 목적이 이뤄진다.
다만 트라이아웃으로 인한 리그의 질적 하락이 생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KOVO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28만 달러)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케빈(현대캐피탈)급 이상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쿠바 같은 곳에는 한국에 올 당시의 레오처럼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해외에서도 시몬이나 아가메즈 같은 선수들이 뛰었기 때문에 리그에 대한 인식이 낮지 않다. 연봉도 괜찮은 편이고 대우도 잘 해줘 외국인 선수들이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한국에서 성장해 나간 선수로는 여자부의 데스티니(IBK기업은행)가 대표적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복귀했을 때 데스티니의 위상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V-리그 경험이 있었다. “데스티니는 한국에 올 당시에는 몸값이 낮았지만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이 뛴 사례다.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면 과열 경쟁으로 인해 에이전트에게 들어갈 몫도 줄일 수 있다”고 KOVO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러한 예는 남자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삼성화재 출신인 가빈이나 안젤코는 한국에 올 때만 해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하지만 한국을 나갈 때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 보고 있는 수준의 외국인 선수가 오기는 힘들지만, 부족한 부분을 국내 선수가 채우면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실패 가능성도 있다. 트라이아웃으로 온 선수가 이전에 V-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현격하게 뒤진다면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지고 리그 수준도 후퇴하게 된다. 타 종목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도입까지 남은 2년간 치밀한 연구와 준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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