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부는 멀티 포지션 바람 '약팀의 필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2.14 06: 04

한화에 멀티 포지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는 지난 13일 일본 고치에서 세이부 라이온즈 2군과 연습경기를 5-3으로 승리했다. 경기를 이긴 것만큼이나 주목받은 건 주전 2루수 정근우의 유격수 선발출장. 3번타자 유격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정근우는 송구에 얼굴 쪽을 맞는 바람에 1회만 뛰고 교체됐지만 유격수 겸업 가능성을 보였다. 
정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2루수. SK 데뷔 초에만 하더라도 유격수에 좌익수까지 볼 정도로 송구력 때문에 수비가 불안했지만 2루수로 자리 잡은 뒤 최고 수비수로 일취월장했다. 그런 정근우가 유격수로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성근 감독의 멀티 포지션 전략이다. 

정근우뿐만이 아니다. 이날 세이부전을 보면 포수 박노민이 5번타자 우익수, 외야수 추승우가 9번타자 1루수로 각각 선발출장했다. 3명의 선수가 본래 포지션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 수비를 본 것이다. 시즌을 앞두고 여러 포지션에서 선수들의 가능성을 두루 살피고 있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이 취임식 때부터 3루수로 언급한 김태균도 1루와 3루를 겸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1대1 펑고를 쳐준 뒤 그의 수비력을 흡족해 하며 "상황에 따라 김태균이 3루수로도 나설 수 있다. 멀티 포지션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예부터 멀티 포지션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나 전력이 강하지 못한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짜낼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으로 짜내기 위해서는 멀티 포지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경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지금 한화에 부는 멀티 포지션 바람은 2007년 스프링캠프 때 SK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전년도 2루수 골든글러브 정근우가 유격수를 보고, 포수 박경완까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1루수 미트를 꼈다. 이호준·박정권도 1루수와 외야수, 이대수도 유격수와 2루수, 김태균도 3루수와 유격수로 1인 2개 포지션을 기본으로 삼았다. 
당시 김 감독은 "팀 전력 자체가 두껍지 않으니 한 선수가 2~3개 포지션을 소화하면 벤치에서도 움직이기 좋고,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더 많이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얇은 선수층을 극대화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취할 수 있는 멀티 포지션, 한화 같은 약팀에는 필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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