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다 [Oh!쎈 초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15 08: 52

드라마는 작가, 영화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작품이 작가와 감독의 역량에 따라 완성도나 작품성이 좌지우지된다는 말을 조금은 격하게 표현하곤 한다. 요즘 안방극장은 소위 ‘믿고 쓰는’ 작가들의 힘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겠지만,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이름값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큰 소구력을 가진 배우가 없는데도 이 드라마는 작가의 거침 없는 필력으로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운명론과 무속신앙에 대한 철저한 신봉, 뒤틀린 가부장 체제 구축, 그릇된 인간 관계 형성 등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어찌 됐든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이들이 많으니 임성한 효과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 드라마 PD는 최근 OSEN에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대사와 우연이 반복되는 설정, 비현실적인 인물 관계가 낯설면서 새로운 재미가 있어 보게 되는 것 같다"면서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느냐 나쁜 영향을 끼치느냐와 관계 없이 일단 재미있으니깐 계속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회 소름끼치는 반전을 거듭하는 SBS 월화드라마 ‘펀치’는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가 펜을 들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약 빨고 쓴’ 드라마라는 극도의 칭찬을 받고 있는 이 드라마의 강점은 얽혀있는 갈등 구조가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인간을 단순하게 구분 짓지 않아 해석을 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사회 구조와 인간에 대한 섬세한 분석은 이 드라마가 가진 기본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덧칠하는 요소다. 후반 들어 대본이 늦어지는 것은 많은 드라마들이 봉착하는 문제인데, 박 작가는 일명 ‘쪽대본’에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배우들과 제작진을 더욱 놀랍게 만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형수님은 열아홉’, ‘경성스캔들’, ‘해를 품은 달’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를 집필 중인 진수완 작가는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맹렬히 뒤집었다.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와 비슷한 소재인데다가 캐스팅 난항으로 촬영이 긴박하게 진행된 까닭에 이 드라마의 ‘신드롬’적인 인기는 예상 못했다. 하지만 시청률 40%를 넘겼던 ‘해를 품은 달’을 만든 작가의 힘은 같은 소재라도 더욱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지성이라는 유부남 배우를 그 어떤 미혼 배우보다 더 매력적으로 담는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맛깔스러운 대사와 톡톡 튀는 웃음 장치가 이 드라마의 매력인데 진 작가의 이야기를 젊은 감각으로 만드는 접근법이 이번에도 통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드라마는 보이지 않는 위기에 놓였다. 일부 배우들의 출연료가 회당 1억 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드라마 제작비는 한없이 높아지나 20년 전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지 않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거세다. 더욱이 방송 채널이 많아지고 시청 방법이 다변화되면서 시청률 역시 예전만큼의 대박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돈은 많이 쓰는데 예상 가능했던 산출 효과로 이어지지 않곤 한다. 그럼에도 한 번 이야기로 집필력을 인정을 받은 작가는 웬만해서는 어이 없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방송가 불변의 성공 법칙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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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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