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호텔리어] 공학도에서 아시아 최고 호텔리어로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5.02.16 07: 35

공학도의 길을 준비하던 한 여성이 아시아 태평양 최고의 호텔리어로 변신했다. 주인공은 쉐라톤 인천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김혜진(30) 씨.
김혜진 씨는 지난해 말 스타우드 호텔 & 리조트가 선정하는 '아시아 태평양 프런트 오피스 어소시에잇 오브 더 이어(Front Office Associate of the Year)' 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상은 서비스를 생명으로 하는 호텔리어에게는 최고의 찬사이자 인증서라 할 수 있다.
▲ 얼마나 대단하기에

스타우드 계열 호텔 체인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1200개가 넘었다. 웨스틴, 쉐라톤, W, 세인트 레지스, 르 메르디앙, 알로프트 등이 붙는 호텔이 바로 스타우드 계열이다. 이 중 아시아 퍼시픽에 속한 스타우드 계열 호텔만 278개. 이 호텔에 속한 직원들만 해도 모두 7만 3000명에 달한다.
스타우드는 1년에 한 번 '글로벌 객실 주간(Global Rooms Week)'을 정해 객실 관련한 근무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4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진행한다. 1개는 호텔을 선정하고 나머지 3개 부문은 'Front Office Associate of the Year(프런트)', 'Housekeeping Associate of the Year(하우스키핑)', 'Engineering Associate of the Year(기술 및 시설)'으로 나눠 해당 파트 직원에게 주어진다.
결국 김혜진 씨는 각자 자신의 호텔을 대표해서 올라온 278명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것이다.  1년에 한 번 주어지고 스타우드 아시아 퍼시픽의 프런트 직원들 중 한 명에게 주어지는 만큼 호텔리어로서 평생 구경하기 쉽지 않은 상인 셈이다.
그는 "소중한 상이긴 하다. 하지만 나 혼자 잘해서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주위에서 유기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상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좀 민망하다"면서 "호텔리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고객들의 불만은 아주 작은 정보 하나 말 하나에서 비롯된다. 매니저님이 추천서를 잘 써주셨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공학도에서 호텔리어로
부산이 고향인 김혜진 씨는 조금 색다른 이력의 유학파 출신이다. 지난 2006년 동아대 3학년(환경공학과)이던 김혜진 씨는 배낭여행을 결심, 용돈을 모았다. 그런데 "다른 분야를 공부해보지 않겠느냐"는 이모의 권유에 선뜻 미국행에 올랐다.
막연했지만 '다른 인생을 한 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김혜진 씨는 그 길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고 다음해 8월 네바다주립대학 호텔경영학과에 입학, 3년반만에 졸업장을 땄다. 졸업 후 1년 반 동안 미국 현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은 그는 귀국 후 2012년부터 쉐라톤 인천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다.
"같이 살던 조카가 한국어가 익숙치 않아 영어로 생활하다보니 언어를 습득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그는 "학교 공부는 쉽지 않았다.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 배운 것들이 호텔리어로 일하는데 많은 힘이 됐다. 특히 상대의 제스처를 빨리 이해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미국생활을 함축적으로 설명했다.
▲ 손님 맞춤형 서비스의 달인
우선 김혜진 씨는 호텔리어에 최적화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국 대학시절에는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끼가 넘쳤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크게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면서도 주위사람들의 대소사를 살뜰하게 챙겼다.
그가 인정을 받은 곳은 바로 가장 조심스럽고 까다로울 수 있는 '쉐라톤 클럽'이다. 쉐라톤 인천 호텔의 클럽라운지인 쉐라톤 클럽은 클럽층을 이용하는 고객들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고객 프라이버시가 철저하게 보호되는 최상의 서비가 제공되는 공간이며 대부분 비즈니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컨퍼런스 미팅이 있기도 하고 실제 중요한 계약이 체결되기도 하는 곳이다.
쉐라톤 클럽에서는 신속한 체크인, 체크아웃 뿐만 아니라, 간단한 조식 서비스가 제공된다. 낮 시간에는 여러 가지의 차, 커피, 쿠키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신문이나 잡지, 책을 보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저녁 시간에는 각종 위스키와 엄선된 다양한 와인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이브닝 칵테일 서비스 아워가 제공된다. 따라서 그는 이 모든 업무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이 돼야 한다.
특히 쉐라톤 인천은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서비스의 모토로 삼고 있다. 회원의 요청이 있기 전에 한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회원들을 잘 알고 섬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는 진심 어린 관심과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최고의 서비스 경지다.
김혜진 씨는 이런 쉐라톤 클럽만의 서비스를 위해 노트를 마련했다. 일일이 수기로 직접 회원들의 특징을 기록해 회원들의 마음을 읽어갔다. 그렇게 쌓인 노트가 15권에 이를 정도. "대부분 워낙 좋으신 분들만 오신다. 그래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그는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그러면 이해가 된다"면서 "인격적인 모독을 받거나 까칠한 분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다 괜찮은 분이다. 작은 서비스만으로도 감동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10월 결혼했고 현재 임신 3개월인 그는 현재 쉐라톤 클럽에서 게스트 서비스 센터 오퍼레이션으로 보직을 옮겼다. 업무가 많고 몸이 빨라야 하는 만큼 새로운 업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임신 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부서장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기혼자를 위한 복지제도가 잘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3년 동안 쉐라톤 클럽에 있으면서 전문가가 됐지만 현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여기서도 빨리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프로페셔널 하려고 노력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리차드 수터 총지배인은 김혜진 씨에 대해 "자랑스럽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최고 직원이 아닌가. 그런 상은 어디 가서 훔쳐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높게 평가한 뒤 "개인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에 탁월한 직원이다. 아주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웃어 보이며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스위스 출신의 수터 총지배인은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폭넓으면서도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역할은 직원들이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각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할 때 비로소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호텔 운영 철학을 내비치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쉐라톤 인천 호텔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