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공부할까 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LG 트윈스 좌완 마무리 투수 봉중근(35)과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9)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본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 둘은 해외진출 기회가 온다면 미국 메이저리그보다는 일본무대로 나가서 실력발휘를 해볼 뜻을 내비쳤다.
봉중근은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획득한다. 애리조나 전지훈련이 끝날 무렵 만난 봉중근에게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인터뷰했던데라고 물으니 “사실은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봉중근은 전훈 도중 가진 애리조나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메이저리그에 와서 뛰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봉중근은 고교시절(신일고)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입단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진출해 중간 투수로 활약한 뒤 2007년 LG 트윈스로 돌아왔다.
미국무대로 재진출하기에는 나이가 많기에 현실적으로 승부를 걸어볼만한 일본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봉중근은 이번 전지훈련서 빅리그 후배인 류현진(LA 다저스)에게 체인지업을 배우는 등 앞날을 대비하고 있다.
LG 캠프 인근에 위치한 서프라이즈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홈런타자 박병호도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해외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이다. 7시즌을 마치고 해외진출 자격을 얻기에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캠프를 방문하는 등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병호는 아들의 훈련 장면을 보기 위해 방문한 팀에이스 밴헤켄의 부모를 만나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눠 인상적이었다. ‘영어를 잘하나보다. 일찍부터 미국 진출을 위해 배웠냐’고 묻자 박병호는 “그런 것은 아니다. 마구잡이로 아는 단어를 다 동원해서 대화하는 것이다”면서 “이제부터는 일본어를 배워볼까 한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일본진출을 위해서’냐는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다음 훈련장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박병호가 일본쪽도 관심이 있는가 보다고 말하자 염 감독은 “병호 타격 스타일은 일본보다는 미국쪽에 더 적응하기 수월하다”면서 일본쪽 보다는 미국에 더 무게를 뒀다.
류현진과 강정호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스타 플레이어들은 해외진출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해볼 것 없는 도전이기에 찾는 구단이 있으면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조짐이다. 곧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박병호와 FA를 눈앞에 둔 봉중근이 과연 어느 무대에서 계속 활약할지 관심사다.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