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화려하게 재기할 선수는 누구일까.
미 메이저리그(MLB)는 매년 양대리그에서 한 명씩에게 ‘올해의 재기상’을 수여한다. 당초 한 언론매체에서 선정하던 비공식 시상이었으나 지난 2005년부터 공식적으로 수여되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 전년도 성적이 부진했으나 반등한 선수, 잠시 MLB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복귀해 좋은 성적을 낸 선수 등 수상자의 사유도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케이시 맥기히(현 샌프란시스코), 크리스 영(시애틀)이 각각 수상했다.
KBO 리그에서는 아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언론매체나 다른 단체의 시상식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앞으로는 점점 더 의미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도 겨울부터 이 후보에 오를 만한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재기는 팀 전력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는 만큼 각 팀 사령탑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서는 권오준이 손꼽힌다. 삼성 막강 불펜의 한 축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한 권오준이지만 세 번이나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최근 2년간은 수술 여파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복귀해 재기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다시 삼성 불펜의 축으로 자리한다면 감동적인 인간승리 스토리를 쓸 수 있다.
두산에서는 노경은이 유력한 후보다. 2012년 12승, 2013년 10승을 거두며 오랜 방황을 끝냈던 노경은은 지난해 이해할 수 없는 성적을 냈다. 29경기에서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추락했다. 기술적인 문제, 심리적인 문제가 모두 겹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게 두산의 기대다.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을 이용찬이 군 입대로 빠져 나간 마무리 보직의 유력 후보로도 보고 있다. 보직을 바꿔 보란 듯이 재기한다면 그것도 흥미를 모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롯데에서는 2009년 14승을 올리며 다승왕에 올랐으나 부상에 발목이 잡힌 조정훈을 기대할 만하다. 부상과 군 문제 때문에 2010년 이후로는 1군 등판 경험이 없는 조정훈이다. 하지만 애리조나 캠프에서 순조로운 몸 상태 회복을 과시하며 올해 전력화에 대한 기대치를 키웠다. 1군 복귀전, 복귀 첫 승만으로도 충분한 화제를 불러 모을 파급력을 지닌 선수다.
후보자들이 많은 KIA는 최희섭이 단연 기대주다. 2009년 화려한 시즌을 보낸 뒤 좀처럼 야구에 전념하지 못했던 최희섭은 급기야 지난해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 밑에서 재기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고 있다. 훈련량, 훈련 태도 모두가 좋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시즌 성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낸다면 후보 ‘0순위’일 수도 있다.
SK에서는 지난해 두 차례나 타구를 맞는 불운을 겪으며 시즌을 일찌감치 접은 윤희상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놔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 유력하다. 한화에서는 KIA 이적 후 부진했으나 FA를 통해 한화에서 새 바람을 만들고 있는 송은범, 그리고 방출 후 한화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임경완 등이 후보자다. 박병호 케이스가 생생한 넥센은 상대적으로 젊은 자원 쪽에서 MIP(기량발전상)에 가까운 재기상을 기대할 수 있다.
손민한이라는 2013년 비공인 수상자를 배출한 NC는 이혜천 박명환 이승호 고창성 등 투수 부문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다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최근 큰 활약을 하지 못했던 공통점이 있다. NC 마운드에 보강 요소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이들의 가세는 전력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kt는 야수 쪽을 주목할 만하다. 장성호 김상현 등 베테랑 타자들이 올 시즌을 벼른다. 두 선수 모두 화려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kt에서의 첫 시즌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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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조정훈-송은범-김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