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구자욱, 삼성 팬이 벌써 행복한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2.15 06: 26

전 세계에서 삼성 라이온즈 팬들보다 행복한 야구팬은 없을 것이다. 삼성은 유일하게 21세기 통합 4연패를 달성한 팀이다. 게다가 이는 현재진행형으로 올해 5연패를 응시하고 있다. 투타에서 최강전력을 갖췄고, 신구조화도 절묘하다. 비록 FA를 통한 전력누수가 있었고,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별하는 아픔도 겪었으나, 그래도 삼성은 여전히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힌다.
이미 막강 전력을 갖춘 만큼, 삼성 팬들에게 스프링캠프는 흥미를 느끼기 힘든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투수진은 차우찬 정인욱 백정현의 다섯 번째 선발투수 경쟁이란 볼거리가 있다. 하지만 야수진은 물샐 틈이 없다. 각 포지션 주전 선수들이 리그 최정상급이다. 좋은 컨디션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때문에 스프링캠프 이전까지만 해도, 야수진 베스트9은 이미 정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현재 야수진에서 즐거운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입단 4년차에 불과한, 상무에서 막 전역한 구자욱(22)이 삼성 팬들에게 매일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청백전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주위 평가를 다시 돌아보게 하더니, 첫 연습경기에서는 멀티히트,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는 만루 홈런과 도루를 더했다.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타율 3할5푼7리 27도루 OPS 949를 찍은 유망주가 선배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구자욱은 타격 수비 주루, 그리고 외모까지 모든 게 출중하다. 흔히 말하는 6툴 스타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하나도 볼거리가 된다. 대부분의 야수들은 타석에 들어서야 단독으로 조명을 받지만, 구자욱은 출루하면 도루를 기대할 수 있고, 수비에서도 멋진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구자욱은 14일 주니치와 연습경기서 1회부터 안타를 날리고 도루에 성공, 삼성이 선취점을 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루 수비도 무리 없이 소화했고,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삼성의 2015년 첫 승이 구자욱으로 시작해서 구자욱으로 끝난 경기서 나왔다.
물론 이제 겨우 두 번 연습경기를 했을 뿐이다. 시범경기까지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다가 막상 정규시즌에서 사라지는 유망주들은 매년 나온다. 때문에 벌써부터 구자욱에게 ‘주전 경쟁’이란 타이틀은 거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구자욱 역시 14일 주니치전을 마친 후 “주전 자리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1군 엔트리에 남는 게 목표다. 지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원하는 것은 1군 개막전에서 뛰는 것이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41일 남았다. 앞으로 삼성은 오키나와에서 7차례 연습경기를 치르고, 3월 7일부터는 한국에서 12차례 시범경기를 한다. 총 19경기에서 구자욱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즐기면 된다.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을 두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게 있을 것이다. 기대대로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 역시 “일부러 경기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겠다. 경기를 계속 뛰다보면, 내 다른 모습도 자연스레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3월 28일 개막전에서 구자욱이 어디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기세를 이어가면, 목표로 삼은 개막전 엔트리 진입에 성공하겠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점은 삼성 팬들은 구자욱으로 인해 박진감 넘치는 내부경쟁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야구 팬에게 즐거움의 시작은 정규시즌 개막전이지만, 삼성 팬들은 구자욱 덕분에 벌써부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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