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아이돌 걸그룹들 중에서 가창력 뛰어나고 표현력 좋은 멤버로는 씨스타 효린이 단연 으뜸으로 손 꼽힌다. 지난 2011년 KBS 2TV '불후의 명곡'(이하 '불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게 이같은 명성을 얻는 데 중요한 기폭제로 작용했다.
당시 '불후'는 MBC의 가수 경연대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아류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절대 고음을 자랑하는 가창력 위주의 명가수들을 발굴하는 '나가수'에 계속 밀리던 KBS가 알 듯 모를 듯 방송가 비전 '베끼기 신공'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등장했다. '불후'는 피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 그냥 가수 아닌 '노래 잘 못하고 기획사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들'이라는 편견에 시달리던 아이돌을 데리고 '나가수'의 본격적인 소몰이 경연에 맞섰다.
결과적으로 형보다 잘난 아우가 탄생했다. '불후'가 토요일 저녁 KBS 2TV의 간판 예능으로 성장한 반면에 '나가수'는 갖가지 잡음에 시달리고 동원 가능한 가수의 한계로 고민하다 일찍 문을 내린 것이다.
'불후' 성공 신화의 한 축을 이룬 게 바로 효린이다. 그가 '불후-전설을 노래하다' 편에서 열창한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은 아직도 가요팬 사이에 회자된다. 전설을 노래하다 효린 역시 아이돌계의 신화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뿐인가. 부활의 '희야'를 비롯해 주현미 '비내리는 영동교', 남진 '마음이 고와야지', 박정운 '오늘같은 밤이면', 민해경 '미니스커트', 김완선 '나 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 DJ DOC '사랑을 아직도 난'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21세기 걸그룹 방식으로 소화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시청자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효린이 새롭게 문을 여는 '나가수2' 출연을 결정했을 때 내심 걱정이 들었다. 정통을 강조하는 '나가수'가 과연 '불후' 출신의 효린에게 진정 열린 마음으로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인가 하고. 또 비슷한 시기에 '불후' PD가 스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효린 등 '불후' 출연자들이 '나가수3'에 출연하는 게 뭐가 문제냐. 시청자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효린이 '나가수'에 출연한다고 해서 우승 못하면 혼낼 것"이라고 했지만 그 마음이 오히려 역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하고.
나쁜 예상은 잘 들어맞는다. 효린은 13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3'에서 가수 이선희의 '인연'을 불렀고 탈락했다.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한 선배들 위주고 가창력에 있어 열 손가락 안에서 빠지기 힘든 가수들이니 그가 떨어진다는 게 굳이 이상할 것도, 잘못이랄 것도 없다.
효린은 이날 무대에 오르기 전, "이선희 선배님의 목소리는 워낙 아름다우시다. 내 목소리는 허스키하다 보니까 힘이 있게 편곡했다. 내가 들었을 때처럼 애절하게, 감정교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힌 뒤 자신의 허스키 보이스를 바탕 삼아 멋진 무대를 연출했다. 소찬휘 하동균 권태은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고 실시간 방송을 본 네티즌 댓글 칭찬이 쏟아졌지만 효린의 '나가수' 무대는 여기까지.
효린은 다음 날 씨스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해서 정말 영광스러웠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효린이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라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사로 자신을 어렵게 불러놓고 차갑게 등을 돌린 '나가수'를 떠나는 뒷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에 비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맨 '나가수3'는 왠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었지 싶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MBC '나가수'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