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서장훈, 마성의 앞치마 사나이들[Oh!쎈 초점]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2.17 07: 27

예능프로그램의 묘미는 스타의 민낯이다. 도도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실제론 '허당'이라든가, 차분한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가 '4차원' 개그를 남발한다든가. 특히 대중에게 심어진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환호한다.
최근 '대세'는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 차승원과 MBC '일밤-애니멀즈' 서장훈이다. 두 남자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장소에서 앞치마를 한 채 각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차승원이 좁은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음식을 만들고, 서장훈이 자신 보다 훨씬 작은 아이와 강아지 앞에서 안절부절한다.
# 반전의 미학

설정부터 재미있다. 세련된 도시 남자 차승원과 어촌 만재도를, 귀여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서장훈과 미취학아동을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난히 큰 키과 건장한 체격 등 남성미가 돋보이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델 출신인 차승원이 런웨이에서, 서장훈이 농구 코트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상당했다.
하지만 자연인 차승원, 자연인 서장훈의 속내는 누구보다 부드럽고 섬세하다. 간단한 콩나물국부터 어묵까지, 차승원의 손길이 닿으면 어떤 음식이든 맛깔스럽다. 그가 직접 막걸리를 담그는 장면에선 탄성까지 나올 정도다. 아이와 강아지 사이에 놓인 서장훈은 꽤 귀엽다. 아이들과 키를 맞추고자 구부정하게 걷고, 손에서 물티슈를 떼지 못한다.
# 잔소리와 투덜이 사이
묵묵히 음식을 만들고, 아이만 돌본다면 '체험 삶의 현장'이다. 흥미롭지 못하단 뜻이다. 예능 속 두 사람의 캐릭터는 '오디오'가 있어 완성된다. 온갖 살림을 도맡아 하는 차승원은 타고난 꼼꼼한 성격 덕분에 유해진과 손호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서장훈하면 "그게 아니고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로 대표되는 구구절절 '투덜이' 캐릭터가 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속내는 숨기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그들의 매력이다. 자신의 입맛과는 다른 유해진의 입맛에 따라 음식 간을 맞추고, 따뜻한 죽을 스티로폼에 포장해 후식까지 배달해주는 차승원이다. 서장훈은 비교적 익숙하고 살뜰하게 아이들과 강아지를 돌본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4세 윤석이가 비로소 강아지와 교감하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 '차줌마'와 '서셀럽'의 반가움
두 사람의 본업은 배우와 농구선수다. 접점은 없어 보이지만, 유명인으로서 맛볼 수 있는 단맛과 쓴맛은 고루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남부러울 것 없는 전성기를 누린 해당 분야의 '전설'과 같은 존재이다. 또한 한때 마음 아픈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세월은 흘렀다. 20,30대 스크린과 농구 코트를 현란하게 누비던 두 사람은 이제 불혹을 지나고 있다. 세월의 힘은 두 사람을 정겹고 친근하게 만들었다. 현재 브라운관에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만이 가능한 여유로 볼 수 있다.
'차줌마' 차승원과 '서셀럽' 서장훈, 그저 '예능 대세'라고 부르기 아까운 마성의 남자들인 이유기도 하다.
jay@osen.co.kr
tvN, MBC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