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저씨 깡패예요?"
MBC '무한도전'이 또 한번 사회적 메시지와 예능을 결합시켰다. 이른바 '무도 정신'은 살아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무한도전'은 '끝까지 간다' 특집으로 꾸며졌다. 2주간 이어진 이 특집은 추격전을 포맷으로 한 사회풍자극이었다.
제작진은 상금을 걸었고, 멤버들은 이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누비며 땀 나게 뛰어다녔다. 그러나 멤버들에게 남은 것은 빚 뿐. 최종 승자는 멤버들이 아닌 제작진이었다. 철저히 갑의 각본에 놀아난 을의 모습이였다.
제작진은 특별히 멤버들에게 계약서 한장을 내밀었다. 제작진이 갑, 멤버들이 을로 명시돼 있는 두 장짜리 계약서였다. 상금에 눈이 먼 멤버들은 손쉽게도 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뒷장에 말도 안되는 규칙이 써져있다는 사실은 뒤늦게서야 알게됐다. 상금은 모두 멤버들이 나눠 내야만 했다. 이 부당한 규칙을 알게 된 건 이미 이들이 을이 된 후였다.
결국 열심히 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빚쟁이가 된 멤버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강하게 감정 이입을 했다. 함께 분통을 터뜨려도 소용없었다. 저항은 이내 굴욕이 됏고, 갑은 오히려 "이제 열심히 하라"며 생색을 냈다.
예능에 열심히 뛰어도 빚만 느는 현실 풍자라니. 꽤나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이용하는 '무한도전'이 요즘 뜨거운 '갑의 횡포' 논란을 놓칠 리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은 새로운 결합에 있었다. 추격전은 '무한도전'의 주 포맷. 잊혀갈 때마다 한 번씩 나오는 이 추격전에서 사회 풍자를 접합해 드라마를 만든 것은, 추격전의 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무한도전'에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능의 기본 조건은 웃음. "사회 메시지를 일부러 구겨넣은 듯한 느낌", "예능에서까지 저런 소름을 느껴야 하나", "그냥 마냥 웃고 싶은데" 등의 반응도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이따금씩 이런 성역없는 도전을 통해 블랙코미디 예능이라는 남다른 정체성을 갖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온갖 예능 중 '정신'이란 수식어가 붙는 예능은 유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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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