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순간 ‘아! 이건 됐다!’ 싶었다. 점수를 떠나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을 정도로 강렬했다. ‘레전드’ 줄리어스 어빙(65)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잭 라빈(20,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기가 막힌 덩크슛이 터졌을 때 뉴욕현장의 반응이었다.
라빈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벌어진 2015 NBA 올스타 전야제 ‘스프라이트 덩크슛 컨테스트’ 결승전에서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키는 ‘스페이스잼’ 덩크슛으로 강력한 경쟁자 빅터 올라디포(23, 올랜도 매직)를 제치고 우승컵에 입맞춤 했다.
▲ 줄리어스 어빙도 입을 다물지 못한 ‘한 방’

올해 덩크슛 대회는 시작 전부터 라빈과 올라디포의 2파전 양상이 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였다. 메이슨 플럼리는 형제인 마일스 플럼리를 뛰어넘는 평범한 덩크슛을 구사했다. 야니스 아테토쿰보는 평범한 일인 앨리웁 덩크슛을 3회 연속 실패해 30점을 받았다. 두 선수는 일찌감치 참가자에서 ‘관객’이 됐다.
사실 처음부터 빅터 올라디포와 잭 라빈의 대결이었다. 올라디포는 중절모를 쓰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뉴욕 뉴욕’을 부르며 등장했다. 현장에 있던 가수 리한나와 니키 만자이가 웃음보를 터트렸다. 덩크가 안되니까 예능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올라디포의 덩크는 진지했다. 올라디포는 360도 회전 투핸드 리버스 덩크슛을 3회 만에 성공했다. 덩크 컨테스트 역사상 그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덩크였다. 난이도에서 엄청난 가산점을 받은 올라디포는 결국 50점 만점이 나왔다. 하지만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역대급 피니쉬 덩크’를 너무 빨리 보여준 감이 없지 않았다. 결국 이는 올라디포가 우승을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잭 라빈은 상상을 초월했다. 보통 앞 선수가 덩크를 잘하면 위축되기 마련. 라빈은 예외였다. 그는 혼자서 공을 높이 띄운 그는 공중에서 왼손으로 공을 잡아 다리 사이로 돌린 뒤 오른손으로 리버스 덩크슛을 찍었다. 때려 박는 순간 모두가 50점을 확신한 덩크였다. ‘왕년의 덩크왕’ 줄리어스 어빙의 넋이 나간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지금까지 ‘비트윈더랙’(Beetween the leg) 덩크슛은 식상할 정도로 많았다. 난이도가 높지만 창의성이 부족해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라빈의 덩크슛은 몸이 마치 우주에서 유영하듯 붕 날아가 반대편 골대를 뒤로 찍었다는 점에서 대단했다. 일명 ‘스페이스잼’ 덩크슛이다.
▲ 올라디포 VS 라빈, 역사에 남을 명승부
올라디포는 두 번째 시도에서 얼프리드 페이튼이 백보드 옆을 맞춰준 공을 공중에서 잡아 360도 덩크를 꽂았다. 난이도에 비해 임팩트가 별로였다. 결국 점수는 39점에 그쳤다. 이에 맞선 라빈은 공중에서 왼손으로 공을 잡은 뒤 공을 등 뒤로 돌려 오른손으로 파워풀한 슬램덩크를 꽂았다. 창의력과 임팩트에서 단연 만점이었다. 꽂는 순간 만점덩크였다.
두 선수의 예선대결은 역대급 재미를 줬다. 하지만 예선에서 너무 많은 덩크를 보여준 것은 오점이었다. 기량에 비해 창의성이나 아이디어를 연구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 결승전에서 올라디포는 페이튼의 공을 공중에서 왼손으로 잡아 다리 사이를 통과한 뒤 오른손으로 찍는 고난도 덩크를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 3회 안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올라디포는 31점에 그쳤다. 라빈은 똑같은 덩크를 더 높은 위치에서 시도해 성공했고, 45점을 받았다.
2차 시도에서 올라디포는 높게 바운드 된 공을 공중에서 한 손으로 잡은 뒤 곧바로 360도를 돌아 그대로 찍으려고 했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 하지만 그는 덩크슛 3회를 실패하자 백보드를 맞춘 공을 잡아서 넣는 평범한 덩크를 했다. 점수는 41점에 그쳤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라빈이 38점 이상만 받으면 우승하는 상황이 왔다. 라빈은 마지막 덩크에서 농구대를 맞춘 공을 다리 사이로 넣어 한 손 덩크로 연결했다. 다소 식상했지만 성공했다는 것이 컸다. 49점을 받은 라빈은 새로운 챔피언 덩커로 등극했다.

▲ 라빈, “준비한 필살기는 보여주지 않았다”
라빈은 우승한 뒤 당당하게 트로피를 들고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그는 ‘스페이스잼’ 덩크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고교시절부터 그 덩크를 연습했다. 내 체공시간을 최대한 이용하고 싶었다. 모든 덩크슛을 매일 50개씩 연습했는데 성공한 적이 없었다. 오늘 모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덩크슛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날 우승으로 라빈은 만 19세에 덩크슛 챔피언에 올랐다. 이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지난 1998년 우승할 때 세운 역대 최연소(만 18세)에 버금가는 2위 기록이다. 라빈은 “난 아직 19살이다. 덩크슛 대회에 나와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꿈을 꿨다. 오늘 꿈이 실현됐다. 우리 가족들이 모두 와서 증인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공중을 부양하는 듯한 라빈의 엄청난 점프력은 타고났다. 본인은 ‘자신감’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를 보면 다들 자신감이 대단했다. 우리 아버지가 프로풋볼선수였다. 항상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셨다. 열심히 운동하면 자신감은 따라온다”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전날 앤드류 위긴스는 “라빈이 정말 엄청난 덩크를 준비했다”고 힌트를 줬다. 하지만 정작 라빈은 그 덩크를 하지 않았다고. 그는 “사실 가방에 몇 가지 소품이 있다. 그것을 활용한 덩크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2연패를 할 때 쓰겠냐는 질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덩크가 있다. 내년에 위긴스를 설득해서 같이 나오는 것도 좋겠다”고 자신했다.

라빈의 덩크슛은 2000년 빈스 카터 이후 가장 에너지가 넘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치며 “카터의 덩크가 나보다 위다. 난 아직 신인일 뿐이고, 카터는 미래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대선수”라며 자신을 낮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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