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가 말하는 에로성재, 커트머리, 잘생쁨 [인터뷰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2.16 06: 59

싱그럽다. 배우 조윤희와 참 잘 어울리는 단어다. 자리에 앉자마자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뭔지 물어보려고 하셨죠?”라고 환하게 웃으며 툭, 내뱉는 모습이 활기찼다. 오랜 드라마 촬영과 그 이후 이어지는 인터뷰 일정에 다소 지칠 법도 했지만, 조윤희는 생기가 넘쳤다.
지난 5일 종영한 KBS 2TV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은 작품이 가진 장점에 비해 다소 부족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하지만 서인국, 이성재, 신성록을 비롯한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은 각광을 받았고, 조선시대 가장 비극적인 부자 중 하나인 선조와 광해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한 내용은 호평을 들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아쉬웠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작품 및 함께 하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쉽긴 했는데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사실 시청률이 조금 안 나오면 현장 분위기가 무거울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번 ‘왕의 얼굴’은 그런 것 없이 우리끼리 촬영이 없으면 바깥에서 장난을 치면서 놀고, 또 연기를 할 때는 열심히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시청률이 좀 떨어질 때가 있어도 우리끼리는 늘 즐겁게 자부심을 갖고 촬영했어요. 또 인국이가 워낙 광해를 잘 연기해줘서 작품이 더 잘 되기도 한 것 같아요.”
조윤희의 말처럼 ‘왕의 얼굴’ 촬영장은 유독 분위기가 좋았다. 종영을 하고 난 후에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알아서 스케줄을 맞춰 자발적으로 M.T를 다녀올 정도였다. 누구와 가장 친하게 지냈냐고 했더니 두루두루 다 친했다지만, 서인국 보다는 이성재 쪽에 마음이 기우는 눈치.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말해주셨는데 인국이 보다는 성재 오빠랑 더 잘 어울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성재 오빠는 이 얘기를 듣고는 당연한 결과다, 자기랑 원래 잘 어울렸다고 하시고.(웃음) 현장에서 성재 오빠가 정말 편하게 해주셔서 제 마음이 더 편했어요. 선배이시고 그러다 보니까, 물론 인국이도 잘 해주긴 했지만 처음부터 ‘선배가 잘 해주시겠지, 잘 리드해 주시겠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실제로도 촬영장에서 정말 예뻐해 주셨어요.”
조윤희가 ‘왕의 얼굴’에서 맡은 역할은 극 중 광해(서인국 분)의 첫사랑이자 훗날 선조의 후궁이 되는 가희 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선조의 후궁이었던 상궁 김개시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지만, 퓨전 사극답게 캐릭터에 자유로운 변형을 줬다. 가희는 광해와 선조 뿐 아니라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찬 혁명가 김도치(신성록 분)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것은 “행복”했다.
“실제로는 너무 다들 재밌어요. 남자 배우들이, 성재 오빠나 인국이 성록 씨, 영신이 전부 다 웃겨서 정말 많이 웃었어요. 하지만 워낙 남자들끼리 친해서 여배우가 낄 자리가 많지는 않았어요. 남자 배우들은 같이 술을 먹기도 하고, 따로 시간을 많이 보내니까요.”
앞서 조윤희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성재가 자신의 목욕 신을 지켜보기 위해 직접 촬영장에 응원을 왔다며 ‘에로 성재’라는 그의 별명(?)을 다시 한 번 대중에 각인 시킨 바 있다. 이성재와 친한 사이인 만큼, 이후에도 촬영장을 놀러 왔느냐는 질문에는 “그 뒤로는 한 번도 안 오셨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다른 별명들도 갖고 있었던 분인데 ‘에로 성재’를 제가 다시 되짚어 준 셈이죠.(웃음) 그 때 오빠가 응원 차 오셨다고 했는데 그 뒤로 한 번도 응원을 오시지 않았어요. 노출 신이 없으니까요.(웃음) 아마 있었으면 또 응원을 오셨겠죠?”
서인국에 대해 물으니, “서인국은 표정모사를 참 잘한다”며 “인터뷰를 한다면 꼭 한 번 시켜봐달라”고 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언급이었다.
“서인국 씨는 현장에서 정말 많이 웃겨줬고, 춤도 재밌게 춰요. 인국이 인터뷰를 하실지 모르겠지만, 주요 배우들 성대모사를 기가 막히게 잘 해요. 표정 모사 같은 것이요. 도치, 선조, 규리언니 상궁이 있는데 그 분 특유의 표정까지 흉내를 내죠. 원래 인국이가 남의 특징을 잘 캐치하더라고요. 성대모사를 잘 해요.”
어느새 조윤희에게는 ‘잘생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잘생기다’와 ‘예쁨’을 결합한 이 단어는 보통 여자만큼 예쁜 남자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여자인 조윤희의 경우, 반대 의미로 쓰였다. 남자만큼 잘생긴 여자다. 조윤희가 맡은 가희 역은 극 중 초반 남장을 한 여자다. 사극에서 흔히 쓰이는 설정이지만, 남장을 한 후 유독 잘생긴 조윤희의 얼굴은 ‘잘생쁨’으로 화제가 됐다.
“‘잘생쁨’이란 별명, 너무 좋아요. 개인적으로 남장을 하면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남장을 해서 이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죠. 보시는 분들도 잘 어울린다고 해서 좋았는데, 생각했더니 사극했던 여자들이 다 남장을 했어요. 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웃음) 사극에서 남장을 다 기본적으로 했더라고요. 아쉽긴 했어요.”
많이들 하면 어떠한가. 조윤희의 남장은 조윤희 만의 매력이 있었다. 인형 같이 오밀조밀 예쁜 얼굴은 여성스러운 치장을 빼면 뺄수록, 타고난 미모가 더욱 ‘담백하게’ 돋보이는 법이다. 사실, 지금의 조윤희를 있게 만들어 준 것도 보이시한 이미지 변신 덕이었다. 그는 2012년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에서 커트머리로 과감히 변신, 천방지축 매력적인 방이숙 역을 맡아 연기의 폭을 넓혔다.
“‘넝쿨당’ 이전이었다면, 남장이나 액션이 있는 가희 캐릭터를 제안 받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저를 이런 캐릭터로 캐스팅 해주셨고, 얼마 전 ‘기술자들’에서도 세련되면서 섹시미도 있는 캐릭터를 맡았었어요. 그 전에는 차분하고, 얌전하고, 청순한 캐릭터밖에 안 주셨는데 말이에요. ‘넝쿨당’ 이후 다양한 캐릭터 제안을 받게 됐어요. 감사한 일이죠.”
또 머리를 자를 일은 없을까? 안 그래도 고민이 되는 부분 중 하나란다.
“고민이에요. 괜찮은 역할이 또 다 커트머리다? 이러면 고민이 될 거 같아요. 그 전 이미지가 좋았는데 그렇게 해서 또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걱정돼요. ‘또 똑같은 머리했어?’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머리를 자른다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부담은 없어요. 제가 봐도 잘 어울리거든요.(웃음) 결국은 하겠죠?”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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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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