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오연서 남장 예뻐요, 전 소년 같죠?” [인터뷰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2.16 06: 59

“(오)연서는 예쁘고, 저는 좀 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대요. 더 남자 같다고요.”
남장 여자 역을 맡은 여배우들을 떠올리며 배우 조윤희가 한 말이다. 본인은 “사극했던 여배우들이 다 남장을 했다. 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아쉽긴 했다”고 했지만, 특유의 ‘잘생쁨’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조윤희의 말처럼 요즘 사극에서 여주인공의 남장은 어느새 ‘클 리셰’ 같은 것이 됐다. 시대상 여성으로서는 활동 범위에 제한이 있으니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남장 여자를 등장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조윤희가 KBS 2TV ‘왕의 얼굴’ 가희 역을 맡은 이유는 남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극임에도 남장 뿐 아니라 액션과 후반부 후궁으로서의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역할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밝은 캐릭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영화 시놉시스도 읽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건 제안이 왔던 것 중에 밝은 걸 해야겠다는 거였는데 생각도 안 해 본 사극을 시놉시스를 주신 거예요. 읽었는데 너무 하고 싶었어요. 여자라고 해서 궁에 앉아 대사만 하는 게 아니라 남장도 하고, 액션도 하고, 궁에 들어가는 부분도 있고…. 한 사극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러고 보면 첫 사극이다. 남장을 한 모습이나 한복을 입은 모습이 워낙 잘 어울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조윤희는 첫 사극에 도전하며 “욕을 많이 먹을 거라 생각했었다”고 시작 당시를 회상했다.
“사극을 하면 사실 욕 많이 먹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실 그 전엔 일부러 사극을 피하기도 했었어요. 막상 하니까 재밌고 생각했던 거 보다 그렇게 못했다고 하시진 않아서 그래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또 너무 좋은 배우들, 감독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좋았죠.”
처음 경험해 본 사극은 재밌었다. 현대극과는 여러 가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대사를 하는 것도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몇 번만 어색하고,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잘 됐어요. 사극 대사톤도 참 재밌고 분장도 재밌고, 뭔가 현실에서는 겪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조선시대, 과거로 돌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촬영에 들어갈 때면 감독님이 ‘현대물 다 나와’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러면 현대물(?)에 속하는 것들이 쫙 다 빠지는데 저는 그 ‘현대물’이 아니에요. 재밌지 않아요?”
여러 번 스스로의 이미지를 깨고 연기의 폭을 넗혀 온 조윤희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에는 일관된 특징이 하나 있다. 하나같이 올곧은 성품의 캐릭터라는 것. 조윤희는 악녀를 멋있게 하고는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선한 캐릭터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과거 작품에서 악녀 비슷한 역할을 했었어요. 워낙 두 번째 여자주인공 역할들이 악녀 이런 게 많잖아요. 그 때 했던 악녀 캐릭터가 생각만큼 쉽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 약간 선한 쪽 캐릭터를 선호해요. 아무리 연기라도 남한테 상처주고, 피해주고 이런 걸 안 좋아하니까요. 스스로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잘 못 하겠어요. 물론 그래도 연기로 커버해야겠죠? (웃음)”
사극의 두려움을 한 꺼풀 깨고 나니, 또 한 번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차기작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조선마술사’(김대승 감독)로 결정한 것.
“캐릭터가 좋기도 했고, 김대승 감독님과도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감독님도 ‘왕의 얼굴’을 보고 계셨는데, 마침 저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안해 주셨어요. 처음 만날 때 ‘왕의 얼굴’을 잘 보고 있다고, 중요한 신들을 몇 가지 이야기하시면서 인사를 해주시더라고요.”
‘왕의 얼굴’ 가희는 사랑하는 광해(서인국 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는 매우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인물이다. 연기를 했던 조윤희는 그의 그런 사랑 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100% 공감은 못하겠어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삶을 포기하고 이런 삶을 살래? 라고 물으면 못 살 것 같아요. 아마도 그 시대 때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 있으니까, 그런 사랑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지지는 못했던 ‘왕의 얼굴’의 결말이 아쉽기는 하다. 실제 조윤희의 연애 스타일은 어떠할까? 그는 일단 가희처럼 헌신적인 사랑은 아니라고 재빨리 운을 떼 웃음을 줬다.
“헌신적인 사랑은 안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내 걸 다 포기하면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또 상대방에게도 모든 걸 포기하고 나만을 사랑하라고 요구하고 싶지 않고요.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랑도 같이 하고, 제 일을 존중하면서 같이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원해요. 만약 상대방이 일보다 나를 우선시 한다면? 그건 제 욕심인 거 같아요.”
조윤희가 앞으로도 만나고 싶은 배역은 밝은 캐릭터다. 엉뚱하고 4차원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매력을 참 잘 알고 있다. 변화해야할 때와 도전해야 할 때도 알고 있다. 한 때는 인형같이 예쁜 외모를 가진 소녀 이미지의 여배우였지만, 언제부턴가 털털해 호감이 가는 만인의 연인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여러 번 변신하고 성장해 갈 이 여배우의 행보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꾸준히 성실하게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더 열심히 해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ujene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