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인 젊은 감독과 선배 수석코치.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배 수석코치’가 대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배 감독들을 보좌하며 자신의 맡은 임무를 수행해내는 것이 정착돼가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 구단이 ‘후배 감독-선배 수석코치’ 조합을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5개 구단 중 3개구단, 전체적으로는 5개 구단이 감독 밑에 수석코치가 선배들이다.
애리조나 전훈팀들 중에서는 띠동갑인 김태형(48) 두산 감독과 유지훤(60) 수석코치 체제를 비롯해 이종운(47) 롯데 감독과 김민호(54) 수석코치, 그리고 염경엽(47) 넥센 감독과 이강철(49) 수석코치 등이 있고 일본에서 훈련 중인 팀들 중에서는 류중일(52) 삼성 감독과 김성래(54) 수석코치, 김기태(46) 감독과 조계현(51) 수석코치 체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는 물론 얼마전까지만 해도 감독 아래 수석코치는 동년배이거나 후배들이 주로 맡아 감독을 보좌했다. 야구를 비롯한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치들의 분업화도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수석코치는 수석코치로서 임무가 있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프로야구에서는 ‘선배 수석코치’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랫사람으로, 때로는 선배로 수석코치를 대하는 후배 감독들은 ‘선배 수석코치’의 장점에 대해 ‘흥분 제어기’라고 말한다. 선배 수석코치를 모시고(?) 있는 모 감독은 “감독과 수석코치의 맡은 바가 구분돼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선배 수석코치가 계시므로 흥분하는 것을 자제하게 된다.
코치들의 선수들 지도나 행동 등에 화를 내며 소리치려고 하다가도 옆에 선배 수석코치가 있으면 자제하게 된다. 후배 수석코치였다면 ‘똑바로 하라’며 화를 냈을 상황에서 한 번 더 참게 된다. 경험 많은 수석코치의 조언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며 선배 수석코치 체제의 장점을 설명한다.
그럼 후배를 감독으로 모시고 있는 선배 수석코치는 어떤 생각일까. 띠동갑 후배인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유지훤 두산 수석코치는 “워낙 오랫동안 함께 해오며 서로에 대해 잘알기에 불편한 점은 없다. 나는 내 맡은 임무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감독을 도와주는 일”이라며 후배 감독과의 동행이 문제될 것 없다고 강조했다. 유 코치는 환갑의 나이임에도 항상 먼저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단을 독려하는 등 후배 감독의 성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선수단과 감독, 코치와 감독관의 가교 노릇을 해줘야 하는 수석코치 임무에 선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젊은 감독들이 많이 나오게 되면 더욱 대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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