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전설의마녀' 이종원·오현경, 동침신의 불편함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2.16 07: 25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빌 필요는 없다. 대부분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오해를 살 수 있다면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전설의 마녀' 속 이종원과 오현경의 동침 장면이 그러하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 34회에서는 탁기사(이종원)의 부탁으로 그의 가상 아내가 된 손풍금(오현경)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탁기사는 손풍금과 함께 가족들을 만났다. 거짓으로 일일 부부가 된 사이였지만, 좋아하는 손풍금과 같이 있기에 탁기사는 좋았다. 탁기사의 동생들은 속사정을 모른 채 맏형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식사 자리는 그럴싸하게 넘겼지만, 문제는 잠자리였다. 신혼부부로 가장한 두 사람이기에 같은 방을 써야했다.

손풍금은 탁기사에게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잠을 청했다. 신혼부부를 배려한 동생들 탓에 방은 뜨거웠고, 손풍금은 한복을 벗고 다시 잠들었다. 탁기사는 상황을 눈치채고 방을 몰래 빠져나가 방의 온도를 낮췄다. 갑자기 한기를 느낀 손풍금은 얼떨결에 탁기사의 품에 안겼다. 탁기사는 손풍금이 먼저 다가왔다고 주장하며 손풍금과 하룻밤을 보냈다.
유쾌한 에피소드처럼 그려졌지만, 불편한 대목이었다. 더 이상 스킨십을 원하지 않는 손풍금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탁기사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행했다. 이후 구체적인 상황이 묘사되진 않았지만, 다음날 손풍금의 대사로 미뤄보아 탁기사의 희망사항은 어쨌든 이뤄졌다. 그것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신 상태에서 말이다.
물론 손풍금이 다음날 후회할지언정 사실상 동의를 표현한 대사나 행동을 보여줬다면 상황은 다르다. 손풍금이 탁기사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며 진짜 부부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남편 죽고 10년 동안 수절했다"는 손풍금의 대사에서 그가 흔쾌히 동의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탁기사는 오히려 손풍금의 행동을 탓했다.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전설의 마녀'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서 해당 장면을 두고 데이트 강간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폭행에 대한 사회의 그릇된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종영까지 6회 남은 '전설의 마녀'가 풀어야 할 이야기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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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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