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족드라마 새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장식됐다. 지나친 말이 아니다.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 연출 전창근)는 자극적인 막장 설정 대신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생생한 캐릭터들의 힘만으로 지난 7개월간을 꾸려왔고, 이는 호평과 시청률을 동시에 얻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또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내 딸 서영이’(2013) 등 착한 내용만으로 사랑받았던 선배 드라마들의 계보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가족끼리 왜 이래’는 아버지 순봉(유동근 분)의 죽음과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대망의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었다. 위암 말기 환자였던 순봉은 끝내 죽음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죽기 전 써놨던 7가지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뤘다. 강심(김현주 분)과 강재(윤박 분), 달봉(박형식 분) 등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인 노래자랑을 위해 모두 열심히 준비를 했고, 온 가족이 모여 노래를 불렀다. 음치들의 향연(?)이라 웃음을 줬지만, 또 드라마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길 위에서’(최백호)를 부르는 아빠 순봉의 모습이 눈물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가족끼리 왜 이래’는 크게 전반기 불효소송과 후반기 순봉의 투병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왔다. 물론 다소 상투적이고 작위적이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은 없지 않았다.
강심의 상대 문태주(김상경 분)가 대기업 재벌 2세라던가, 서울(남지현 분)과 그의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두 남자 은호(서강준 분), 달봉의 삼각관계, 연인을 놔두고 병원장의 딸 효진(손담비 분)와 결혼하는 강재의 모습 등은 평소 통속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또 아버지의 소원을 위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가족이 함께 하는 학창 시절 콘셉트의 파티라던가, 노래자랑 등의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정들을 상쇄시킨 것은 설득력 있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매력이었다. 또 캐릭터를 통해 기존 드라마의 상투성을 비틀어 놓은 강은경 작가의 유머 감각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가족끼리 왜 이래'만의 강점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강 작가는 재벌 2세인 문태주를 모든 것에 완벽한 남자로 보통의 재벌 2세로 만들어놓기 보다 사랑에 서툴고, 어딘가 빈틈이 많은 인물로 그렸다. 반면 그가 사랑에 빠진 여자 강심은 노처녀지만, 15년 동안 완벽한 회사생활을 해 온 커리어우먼으로 그려 기존 민폐 여주와는 정반대 캐릭터로 완성했다. 또 부잣집 딸 효진은 차갑고 도도하게 그려지기보다 “오모나”를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대는 귀엽고 순진한 캐릭터로, 그의 부모 양금(견미리 분)과 기찬(김일우 분)은 중년에 다시 한 번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코믹한 부부로 그려졌다.
이처럼 기존 설정들을 비틀어 신선한 매력을 더한 캐릭터들은 코믹한 상황들과 맞물려 보는 이들에게 큰 재미를 줬다. 불효소송이나 아버지의 병 등은 결국 드라마를 슬픈 길로 인도 했지만, 중간 중간 생기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은 한국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웃겼다 울렸다’ 하는 한국형 코미디를 잘 살려 보는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복수를 하는 여주인공이나 애정관계로 인한 치정극이 벌이는 악녀,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며 돈봉투를 내미는 '사모님'은 없었다. 막장극 속에서 괴물처럼 지독하기만 했던 그 사람들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끊임없이 가족을 이루기 원하고, 가족의 한 사람으로 인정 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예쁘게 그려졌다. 결국 그 누구도 소외되는 이 없이, 하나의 가족을 이뤘다는 사실이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같은 결말이 '가족끼리 왜 이래'의 남다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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