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 김태우, 김규철, 이정용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종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연기력 갑(甲) 배우들이 죄다 모인듯한 KBS 1TV 드라마 '징비록'의 이야기다.
지난 15일 방송된 '징비록'(극본 정형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 김영조) 2회에서 병조판서 류성룡(김상중 분)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걸고 선조(김태우 분)에게 충언을 건넸고, 선조는 그런 류성룡에게 자신의 신발까지 벗어주며 신뢰를 내비쳤다. 다만, 이후에도 통신사 파견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동인과 서인의 갈등은 계속됐고, 선조는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 조선 침략을 향해 꿈틀대는 일본의 내부 정세도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이날 도요토미 히데요시(김규철 분)는 "명나라를 넘기 위해서는 군수보급기지가 필요하다"는 고니시 유키나가(이광기 분)의 주장을 들으며, 조선침략에 대한 포부를 다졌다.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광기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객이 가토 기요마사(이정용 분)에게 죽음을 당한 뒤 극명해졌다. 자신의 아들을 보며 "너도 피맛부터 보게 됐다"며 말을 건넨 직후 분노를 분출하듯 괴성을 내지른 것. 살육과 광기가 폭발한 듯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 야심은 곧 선조, 그리고 류성룡이 있는 조선을 뒤흔들 것으로 예고됐다.
이러한 흐름을 탄탄하게 뒷받침 했던 것은 배우들의 찰진 연기력이었다. 류성룡의 카리스마를 온전하게 부활시킨 김상중은, 왕권에 대한 집착으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불안한 심리를 안고 있는 선조 역의 김태우와 호흡했다.
또한 일련의 암살 사건 속에서 드러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가토 기요마사의 성향은 김규철과 이정용의 연기로 소화됐다. 특히 이날 김규철이 포효하듯 외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광기는 향후 조선에게 불어닥칠 먹구름을 단 몇 초 장면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주·조연·단역·아역 할 것 없이 안정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된 '징비록'은 '정도전'을 잇는 또 다른 명품사극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이는 '다모', '주몽', '계백'의 정형수 작가가 집필한 대본, 그리고 '전우'의 김상휘 PD의 연출과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
한편, KBS 1TV '징비록'은 류성룡 선생이 집필한 '징비록' 내용을 바탕으로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까지 시기에 조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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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