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스피드업, 투수력 향상 없으면 불가능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2.16 06: 53

미국과 일본에서 연습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KBO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피드업 규정들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현장에 있는 심판들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룰을 숙지시키고 있으며, 경기 후에는 자신들이 내린 판정과 상황을 돌아본다. KBO에서 정한 2015시즌 목표는 10분 단축. 지난해 평균 경기 시간 3시간 27분을 3시간 17분으로 줄여보려고 한다.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열린 KIA와 야쿠르트의 연습 경기서도 마찬가지였다. 5회까지 KBO 심판진이 그라운드에 섰고, 이들은 신설된 규정대로 빠르게 경기를 진행하려 했다. 쉬지 않고 초시계를 체크했고, 2분 30초로 줄어든 투수교체 시간, 최대 10초로 정해진 타자의 타석 입장을 유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야쿠르트 측의 부탁으로 스코어와 무관하게 9회말까지 경기가 치러진 것도 컸지만, 어쨌든 이날 경기는 3시간 40분이 소요됐다. 14-3, KIA 마운드가 야쿠르트 타선을 당해내지 못하고 대량 실점한 게 주요원인이었다. 결국 투수들의 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수정보완해도 경기시간을 단축시키기는 힘들다.

지난해 경기시간이 늘어난 첫 번째 원인도 타고투저였다. 이곳저곳에서 화끈한 타격전이 펼쳐졌고, 핸드볼 스코어가 난무했다. 투수의 수준이 타자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였다. 문제는 이러한 투수들의 부진이 구위와 제구력 문제보다는, 소극적인 승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A심판은 “좋은 공을 갖고 있음에도 승부를 하지 못하는 투수들이 너무 많다. 과감하게 투 스트라이크까지는 잘 잡는데, 이후 변화구만 구사하다가 승부가 길어지고 볼넷을 허용하거나 안타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신적인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B심판 또한 “자신의 구위가 좋은지 모르는 투수가 대부분이다. 타자가 빠른공에 당황하고 있는데 밀어붙이지 못하고 피해간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실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스피드업 또한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나라 야구 문화도 스피드업이 이뤄지지 않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같은 경우, 두 타자가 연속으로 초구를 공략해도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8분이었다. 한국과는 정반대로 투고타저의 흐름이다. 투수들은 점점 막강해지고, 타자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이 유난히 긴 팀들에게는 경고를 내리고, 최근에는 경기 촉진 위원회를 구성했다. 메이저리그의 목표는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KBO는 2015시즌부터 10구단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이 선발투수 난을 겪고 있다. 20대 초중반 선발투수를 찾기가 힘들다. 최근 3년 동안 8개 팀에서 10개 팀으로 리그가 확장된 것도 투수력 저하를 가져왔다. 근본적으로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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