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최강의 승부사 '라이프' 이승현의 스타2 이야기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5.02.16 10: 49

지난 2012년 10월 13일 한 어린 프로게이머 한 명이 국제 e스포츠 대회 '아이언 스퀴드' 대회 출전권이 걸려있는 한국대표선발전 도중 여성가족부가 도입한 '청소년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일명 '셧다운제')'로 인해 무리하게 공격하면서 패배, 국제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15세였던 어린 소년은 지난해 블리즈컨 우승을 비롯해 세계 5대 스타2 프리미어대회를 휩쓸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의 스타크래프트2 선수로 거듭났다. 5년차 프로게이머로 성장한 소년은 이제 새 둥지를 틀고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소년의 이야기는 바로 '라이프' 이승현(18, 디지텍고 3년)이 주인공이다.
OSEN은 지난 12일 스타테일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승현을 만나 그의 삶인 스타2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셧다운제 이겨낸 승부사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시행되는 청소년보호법 23조 3항 '청소년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는 이승현에 의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프랑스서 열리는 '아이언 스퀴드2'에 참가하기 위한 한국대표선발전 결승전서 이승현은 자정을 앞두고 "아 맞다. 셧다운제"라는 채팅과 함께 올인 공격으로 전략을 변경하면서 경기에서 빠져나왔다.
당시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해외 e스포츠 팬들은 "게임하기에 어리다니?(too young to play?)", "무슨 일이지(What happened)?", "가엾은 한국 게이머들(Poor Korean gamers)!" 등 만 15세로 셧다운제 적용대상이었던 이승현의 올인 공격에 모두를 놀람을 금치 못했고, 한국의 셧다운제는 국제적으로 망신살을 당해야 했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할 수 없는 제도지만 그 소년은 그 해 2012 GSL 시즌4 코드S 우승, MLG 2012 폴 챔피언십 우승, 2012 GSL 블리자드컵 우승 등 최정상의 선수로 우뚝섰다. 벌써 3년전의 이야기다.
소년의 전진은 멈추치 않았다. 2013년 아이언 스쿼드 챕터2, 2013 MLG 윈터 챔피언십, IEM 시즌8 뉴욕, 2014년 드림핵 오픈 부다페스트, WCS 글로벌 파이널, IEM 시즌9 타이페이까지 우승을 꾸준하게 차지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승현은 "내 꿈은 스타2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는게 중요하다. 스타2는 세계에서 이승현의 커리어가 제일 높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꿈을 전하기도 했다.
 
▲ 세번째 팀 KT, 스타2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
이승현의 KT 이적은 한국 뿐만 세계 스타2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특히 아이언 스쿼드를 개최했던 프랑스는 언론에서도 이승현의 이적 사실을 다뤘다. 프랑스 매체 '멜티'는 "한국의 젊은 천재 '라이프(Life)'가 스타테일을 떠나 '챔피언의 산실' KT롤스터로 팀을 옮겼다"며 이승현의 이적을 전하기도 했다.
이승현의 KT 이적은 충동적으로 결정한 사항은 아니다. 오랜시간 자신이 몸담고 전성기를 열게 한 스타테일에서 선수 생활도 염두해 뒀지만 자신과 스타테일을 위한 최선의 방향이 KT로 이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전격적으로 이적이 진행됐다.
"고민을 많이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스타테일에 누를 끼치기도 싫었다. 서로 잘되는 최선의 그림을 생각하고 KT에 영입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다행스럽게 이야기 잘 됐고, 스타테일에도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팀이더라도 예전 스타테일 동료들과 친분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KT에 새 둥지를 튼 소감에 대해 이승현은 "전통과 역사가 있는 명문 게임단의 일원이 돼서 기쁘다. 감회가 새롭다. 5년차 게이머로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게이머가 됐던 마음을 돌아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생활한지 얼마 안됐지만 예전 제넥스, 스타테일 처럼 e스포츠연맹팀에서 생활했던 기분이 든다. 팀 동료들이 잘해준다. 서먹서먹하지 않게 형들이 농담과 장난도 걸어오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팬 여러분들도 환대해주셔서 기분 좋다. (이)영호형과 시너지를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 영호형 뿐만 아니라 선배 게이머들과 함께 KT가 프로리그에서 명문팀의 위상을 떨치게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 이제는 프로리그 우승 청부사 꿈꾼다
KT의 1라운드 성적은 어찌보면 참 초라하다. 2014시즌을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2015시즌 1라운드를 3승 4패 6위로 마감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했다. 이영호, 주성욱, 김대엽, 전태양 등 걸출한 선수들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성적.
이승현은 이적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됐다. 자존심에 상처받은 팀을 다시 프로리그 정상권으로 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적한 지 10일이 안됐지만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김대엽 전태양 등 팀 동료들이 스타2 스타리그와 GSL에서 상위라운드에 진출하면서 이승현 효과를 보고 있다.
"프로리그를 본격적으로 참가한 게 사실 처음이나 다름없다. 지난 시즌 IM과 연합했을 때는 정신없이 나가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스타테일로 뛰었던 1라운드 역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그렇지만 많은 팬분들이 와주시는 프로리그는 나가보면 선수로써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KT에서도 많은 승수를 올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승현은 "모든 분들이 좋은 일들만 가득하셨으면 한다. 팬들의 기대에 나도 부응하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e스포츠 팬들에게 설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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