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과 '슬로어답터'가 만들어 낸, 통신업계 새로운 소비패턴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5.02.17 07: 24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구형 스마트폰들이 최신 제품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단통법' 굴레를 벗어난 스마트폰이 경제적인 소비를 원하는 '슬로어답터'들에게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동통신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와 애플의 '아이폰5S'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 두 기종은 두 IT 공룡기업의 최신 버전이 아니다.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라는 최신폰이 출시됐음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이전 모델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의 경우, 약 12만 3000대 정도의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3의 재고를 묻는 질문에 "현재 갤럭시노트3는 구하기 힘들다. 예약을 하고 기다려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다른 제품을 권하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폰5S 또한 최근 보조금이 출고가 수준으로 올랐다. KT에서 순 완전무한99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추가로 스마트폰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다른 대리점은 "아이폰5S를 구매하고자 하는 문의가 아이폰6 만큼이나 많고, 가격을 듣고 고민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이 15개월이 지난 구형폰은 공시지원금 상한제도 해제와 이동통신사의 구형폰 재고 소진 수요가 맞물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스마트폰을 구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2월에는 LG G플렉스가 보조금 상한제도에서 벗어났다. KT에서 G플렉스는 지원금이 65만 원대로 올라 KT에서 순 완전무한77요금제 사용시 14만 5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U+는 최근 G플렉스에 대한 보조금을 변동시키지 않았다.
다만 올초 앞다퉈 출고가 인하와 보조금 인상을 진행했던 이동통신사들이 최근에는 일부 제품들의 보조금 수준을 다소 낮췄다. 하지만 오는 5월 갤럭시S4 LTE-A나 갤럭시S5, LG G프로2 등 각 제조사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보조금 상한제도에서 벗어나게 돼, 갤럭시노트3나 아이폰5S처럼 높은 보조금이 실릴지 관심을 받고 있다.
▲ 느려야 이긴다?
이런 현상은 소위 얼리어답터의 반대되는 개념인 슬로어답터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얼리어답터는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 제품이 나오자마자 사서 쓰는 일종의 마니아를 말한다. 슬로어답터는 이와는 반대로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제품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소비 주체다.
그러나 슬로어답터가 얼리어답터보다 센스면에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얼리어답터적이 감성에 경제적인 효율성이 가미돼 최근 각광받고 있다. 단통법 이후 소비 성향을 주도하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급격히 늘어난 슬로어답터다. 한마디로 슬로어답터의 소비심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인이나 바쁜 생활인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슬로어답터들의 초점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에 모아지지 않는다. 단통법과 같은 정책을 내놓는 정부를 비롯해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들의 다양한 요금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순히 관심을 가지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소비 패턴에 미래값을 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언제 사야 좋은 기기를 더 싸게 살 수 있을지 예측하는 셈이다.
또한 출시가 조금 지난 스마트폰도 최근 제품과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슬로어답터들의 수요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더이상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이기에, 소비자들은 사용패턴에 따라 '제일 좋지는 않지만 쓸만하고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을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잃어가는 것과 함께 업체들의 신상품 회전율이 점점 빨라짐에 따라 느림의 미학을 가진 이들은 더욱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는 변화에도 껍데기만 바꿔서 출시되는 기기들 역시 신제품에 대한 구매욕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또 한가지. 어려운 서민 경제까지 슬로어답터를 양산해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잦은 정부의 정책, 통신사나 제조사들의 요구가 다양해질수록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질 뿐이다. '당장'보다는 '나중'에 소비자들의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살림살이도 빼놓을 수 없다. 옛날에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으나 요즘 다시 그런 걸 느끼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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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갤럭시노트3(삼성전자 제공)와 아이폰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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