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뎌띠, 여기서 뭐하세요?(아저씨, 여기서 뭐하세요?)”
대한민국의 많은 시청자들이 이 순간을 기억한다. 자신이 한 프로그램의 출연자이며,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세 살배기 아이는 카메라맨을 향해 이런 돌발행동을 하며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만들었다.
육아 예능은 아직도 전성기다. MBC ‘일밤-아빠!어디가?’가 붙인 불은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로 옮겨갔고, 이는 후에 나온 SBS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와 MBC ‘일밤-애니멀즈’(이하 ‘애니멀즈’) 등 육아예능 프로그램의 탄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 촬영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 난감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촬영은 다른 프로그램의 촬영에서는 느낄 수 없는 훨씬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지상파 3사의 대표적인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세 명의 PD들이 말하는 가장 난감한 순간은 아이들의 아이다움(?)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즉각적이고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은 어느 정도의 방향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부분이 많은데, 아이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올 때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슈퍼맨’을 연출하고 있는 강봉규PD는 “아이들은 촬영인지 아닌지 잘 모르니까, 자기들의 상황대로 움직인다. 촬영과 무관하게 배가 고프면 먹고, 자고 싶을 땐 잠을 자야 한다. 예를 들어 아빠가 동물원 구경을 시켜주려고 동물원에 가면 아이들은 어느새 차에서 잠이 들어버린다. 물론 잠자는 모습을 촬영 하지만, 방송에 그런 것들을 내보내기는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 물론, 1순위는 아이들의 건강이다. 하지만 애매한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강PD는 “만약 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촬영을 미룰 때도 있다. 하지만 촬영 중간에 살짝 아플 경우, 아예 촬영을 못할 상황이면 그날 촬영을 접으면 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닐 때 난감하다. 아이들은 보통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웃지도 울지도 않고 멍한 상태가 된다. 이 때 촬영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밝혔다.
‘애니멀즈’를 연출하고 있는 김현철PD는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아기 스타 윤석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윤석이는 굉장히 밝고 매력적인 어린이인데 어린이집에 가 본 적이 없는 4살짜리 친구다”라며 “어머니, 아버지와 떨어져 촬영을 하는데 집안에서처럼 밝은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아직은 힘들다”고 말했다. 윤석이의 경우, ‘애니멀즈’에서 무엇이든 “네”라고 대답하는 긍정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보다 더 예쁘고 귀여운 면이 많지만, 이를 다 보여주지 못하는 PD의 마음에는 아직 아쉬움 많다.
‘오마베’의 연출자 배성우PD는 쌍둥이 촬영의 어려운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송 초반의 경우, 두 아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워 촬영에 애를 먹는다는 것. 그는 슈의 쌍둥이 라율-라희에 대해 “밀착해서 아이들을 섬세하게 담는데. 현장에서 쫓아가다보면 헷갈린다. 우리는 촬영 감독이 노출돼서 촬영을 하기도 할 정도로 아이들의 동작을 섬세하게 캐치하는데. 포착을 하다보면 가끔씩 놓칠 때가 있고 헷갈릴 때가 있다. 둘이 구별이 안 된다. 쌍둥이들을 보다보면 ‘다이나믹’하게 궁금증을 쫓아가면서 촬영을 하게 되는데 하는 와중에서 헷갈리게 된다”며 최근 겪고 있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공개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육아 예능의 촬영 현장이지만, 다른 촬영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즐거움과 뿌듯함도 많다. 배성우PD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때 얻는 가장 좋은 것으로 엄마의 마음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 알렸다. 그는 “슈를 찍으면서 엄마의 고충, '짠함'을 느낀다. 엄마 본인도 애들이 닮아서 헷갈릴 때가 많다더라. 이렇게 헷갈리는 아이들, 또 세 명의 자녀를 키우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엄마들은 아마 공감할 텐데 주부 건망증이란 게 있다더라. 한 사람의 아들이고 딸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컸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며 “그래서 좀 더 애정이 간다. 예능으로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엄마와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공감이 현장에서도 많이 생긴다”고 남다른 감흥을 전했다.
강봉규PD는 “역설적인 건 난감한 점과 좋은 점이 같은 이유에서 발생된다”며 “예상했던 건 이런 건데 아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스토리를 보여줄 때 신선하고 좋다. 아이들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방송 촬영을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의 순수한 리액션, 순수한 모습을 담아낼 때 즐겁고 보람이 된다. 또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슈퍼맨’은 현재 가장 장수하고 있는 육아 예능프로그램답게 프로그램 안에서 많은 아이들이 성장해 시청자들의 따뜻한 시선을 받았다. 한국말에 익숙해진 사랑이나, 하루가 다르게 어휘력이 늘어가는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 배밀이에서부터 걷기까지의 과정이 방송으로 공개된 서언-서준 쌍둥이까지 여러 아이들이 방송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발 주자 김현철PD 역시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촬영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윤석이는 ‘흥부자’다. 밝고 때 묻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주변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실제 내 둘째아이와 동갑이어서 4살인 친구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귀여움을 발견할 때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육아 예능을 연출하고 있는 PD들도 아이들의 아빠이자, 삼촌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대화 속에서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귀여운 아이들과 그들의 예쁜 모습을 담아내고픈 PD들의 애정과 열정이 있는 한, 육아 예능의 인기는 꽤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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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