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선수들을 믿고 야구하지 않겠다".
한화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크고 작은 부상자 속출에 김성근(73) 감독의 심기도 점점 불편해지는 것이다. 김 감독은 "아픈 선수들 믿고 어떻게 야구 하나. 없으면 없는 대로 야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느덧 실전 위주로 치러지는 2월 중순이지만 한화는 아직도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정근우가 턱 골절로 중도 귀국한 것은 경기 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였다. 그러나 정근우뿐만 아니라 여러 주축 선수들이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고치 캠프 막판부터 실전 경기에서 모습을 감추더니 정상 훈련에서도 빠지고 있다. 김 감독이 3루수로 점찍었던 김회성도 등 통증으로 훈련을 거르고 있다.

김 감독은 "김회성은 등이 계속 아프다고 한다. 아픈 걸 어떻게 하나. 아픈 선수는 안 된다. 자꾸 아프면 야구가 늘 시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선발 후보 중 하나였던 유창식도 몸이 안 좋아 제대로 공을 뿌리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여러 잔부상들을 안고 있어 훈련에 100%로 임할 수 없다.
김 감독은 "자꾸 아프다는 선수들을 믿고 어떻게 야구하나. 질 때 지더라도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게 낫다"며 "아픈 선수들은 쓰지 않겠다. 기존 멤버들이 아프다고 하면 안 쓰면 된다. 그 선수들에게 매달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야구한다"고 했다. 작은 부상은 이겨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당장 17일 SK전을 시작으로 한화는 한국·일본 팀들을 상대로 9차례 실전 경기를 갖는다. 정근우가 빠진 가운데 2루수 대체 자원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포지션에서 부상에 허덕이는 선수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없다.
김 감독은 "지금 기회가 아니라 젊은 애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오키나와 연습경기에도 고치 멤버들을 그대로 쓴다. 당분간 이 멤버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내야 이창열·박한결·주현상·정유철, 외야 오준혁·송주호가 주축으로 뛸 수 있는 기회다. 잔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된다.
연습경기는 일종의 리허설로 상대 전력을 탐색하고, 내부 전력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어차피 우리는 전력이 노출될 일이 없다. 레귤러들이 안 나가는데 무슨 전력 노출이 되겠나"고 반문했다. 좀처럼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에 김 감독의 답답함과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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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