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통합 4연패로 이끈 류중일 감독은 한 시즌 농사가 ‘부상과의 전쟁’에서 좌우된다고 믿는다. 부상자가 많지 않은 팀이 결국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각 팀의 전지훈련장에 부상이라는 불청객이 찾아드는 가운데 이를 관리하는 방법도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각 구단들은 어깨나 팔꿈치, 허리나 무릎이 아닌 ‘턱’의 소중함을 실감했다. 한화 부동의 주전 2루수 정근우, 그리고 두산의 마무리후보로 손꼽히는 노경은이 모두 턱 부상으로 당분간 전열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연습경기 중 송구가 튄 것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노경은 역시 타구에 턱 부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각각 4주에서 6주 정도는 전력에서 빠진다.
말 그대로 운이 나빴다. 공이 헬멧에 맞지 않았다면, 타구가 조금만 옆으로 지나갔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지켜주기에는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다. 결과는 찜찜하다. 치료와 재활, 그리고 몸을 다시 만드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시즌이 들어가기도 전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사기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운이 나쁜 경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사하는 점은 생각보다 크다. 각 구단들은 1차 훈련을 마치고 이제 2차 전지훈련으로 들어간다. 대부분 실전위주다. 경기를 치르다보니 이번과 같이 예상치 못한 부상이 나올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운이 없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연습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사릴 법도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코치는 “연습경기라고 해도 경기를 하면 선수들의 공격적인 본능이 그대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말릴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하다는 말도 나온다. 훈련량과는 별개다. 한 트레이닝 코치는 “1차 캠프 때는 대개 몸을 만드는 단계고 2차 캠프 때는 실전에 임한다. 같은 연습경기라고 해도 자체 청백전과 상대를 두고 하는 실전의 차이는 적잖다. 몇 달간 활발하게 쓰지 않았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하다보니 무리하면 근육통이 찾아오고 잘못하면 인대가 손상되기도 한다. 특히 첫 2~3경기는 더 그렇다. 투수들은 물론 타자들도 오버페이스를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어차피 지금 흘린 땀은 모두 정규시즌을 위한 것이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은 주전경쟁, 혹은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게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시기다. 과도한 의욕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선수들의 흥분도를 조절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근육은 물론 마음도 적당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게 하는 훈련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과연 10개 구단은 부상 없이 건강하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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