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멀어진 대한항공-현대캐피탈, 어색한 설날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17 06: 07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자리는 여전히 어색하다. 매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전력이었던 양 팀은 지금 순위표에서 익숙하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똑같이 승점 43점으로 나란히 4위와 5위에 올라 있다. 한 경기를 더 치른 대한항공이 16일 삼성화재에 0-3으로 패했음에도 14승 15패로 현대캐피탈보다 1승 많아 4위지만, 현대캐피탈이 17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두 세트 이상을 따내면 4위는 현대캐피탈로 바뀐다.
그러나 4위 경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두 팀은 3위 한국전력과 승점 10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이 2강을 형성해 추격권에서 멀어진 상황에 한국전력까지 점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고 있다. 17일 경기에서 한국전력이 현대캐피탈에 3-0 혹은 3-1로 승리한다면 두 팀과 한국전력의 승점 격차는 13점으로 벌어진다. 남은 7경기에서 전승을 하더라도 역전이 수월하지 않다.

둘 중 한 팀이 4위가 되더라도 한국전력을 승점 3점 이내로 추격해야 단판 준플레이오프에 참가할 수 있다. 쥬리치가 살아나 전광인, 서재덕과 함께 제대로 된 삼각편대를 구축한 한국전력은 연승 기간 중에 세터 권준형의 토스워크까지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다. 4위가 된 팀이 극적으로 승점차를 줄이더라도 지금 모습이라면 경기력이 한 단계 올라선 한국전력을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하기 이전에 일단 승점 3점차로 따라붙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난제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6라운드에도 강호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을 만나야만 한다. 이들과의 2경기에서는 승점 1점을 추가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다. 또한 6라운드에 한국전력이 최약체 우리카드를 만나 손쉽게 승점을 추가하면 두 팀을 더 멀리 따돌릴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설 연휴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에게는 봄 배구 희망이 좌절되는 우울한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대한항공은 19일 우리카드를 상대로 승점을 보탤 확률이 높지만, 현대캐피탈은 연휴 시작 하루 전인 17일 한국전력과 싸운 뒤 20일 삼성화재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이 2경기에서 승점을 더하지 못하고 한국전력이 21일 구미에서 LIG손해보험을 꺾는다면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과 승점 16점차가 되어 사실상 희망이 사라진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1일 우리카드를 3-1로 꺾어 승점 3점을 추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케빈은 아직도 완전히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산체스가 부상 중인 대한항공과 비교해도 전력이 우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코트 안에서 6명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지 못하는 중이다.
산체스가 허리 부상으로 완전한 공격력을 보이지 못하는 대한항공도 현대캐피탈보다 상황이 낫다고만은 볼 수 없다. 산체스와 호흡이 잘 맞는 세터 황승빈 카드도 확실한 해결책은 아니다. 4위를 차지하더라도 3위와 격차가 큰 4위는 의미가 없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추락은 9연승 중인 한국전력의 상승세와 비교되어 더욱 초라하다. 한국전력은 8연승의 기세를 몰아 지난 14일 2위 OK저축은행을 완파해 9연승을 완성했고, 지금은 누구를 만나도 도무지 질 것 같지 않다. 반면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어떤 상대와 만나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어색한 곳에 선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어떤 설 연휴를 보낼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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